서울 중구에 사는 30대 남성 회사원 박모씨가 하남시보건소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은 건 지난 4월 9일 아침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있으니 자가격리를 하라는 통보였다. 언제, 누구와 접촉했기에 자가격리 통지를 받았는지 알아보니 6일 전 서울 한남동에서 확진자 최모씨와 접촉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전화를 받고 이틀 후 이번엔 서울 중구청장 이름으로 격리통지서를 받았다. 지금 사는 집을 격리장소로 앞으로 7일간 자가격리하라는 지침이 나와 있었다.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지자체장의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개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잘 나와 있다. 누구든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할 수 없으며 적발되면 최대 징역 1년 혹은 벌금 1,000만원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박씨는 자가격리 지침을 무시하고 승용차를 끌고 나갔다. 그는 자가용을 끌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로 이동했다. 갔던 곳도 분당 중심가인 서현역 일대였다. 그는 그 근처 술집과 노래방을 방문했고, 분당구 이매동 한 아파트 주차장까지 들렀다.
박씨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지침을 어긴 사람에 대한 시선이 얼마나 따가운지, 처벌이 얼마나 확실할지 몰랐던 것으로 해석된다. 자가격리 조치를 어긴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의 카드결제 내역, 폐쇄회로TV(CCTV) 화면을 분석하니 박씨의 동선이 손쉽게 드러났다. 그는 다행히도 검사 결과 코로나19 음성 반응을 받았지만 현행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걸 피할 수는 없었다.
법원도 박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박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00시간을 명령했다. 최 부장판사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감염병 예방 및 억제를 위한 국가, 국민의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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