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를 점령해야 합니다. 경찰을 밀어내야 해요”
보수단체 일파만파는 15일 정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 100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지만 집회 시작 전부터 수천에 이르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 중 일부 참가자들은 인도 위에 있는 주위 참가자들에 도로 밖으로 나가 세를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소리쳤다. 집회 시작 전부터 이미 신고 숫자를 크게 웃도는 참가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참가자들은 주로 동화면세점 앞 공간과 인근 한국금융사박물관 사이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참가자들이 도로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저지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도로를 점거하자는 외침은 현실이 됐다. 오후 2시께 수만명의 인파들이 차도로 몰려나왔다. 참가자들은 조선일보 사옥부터 광화문광장에 이르는 왕복 10차선 세종대로를 가득 메웠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버스를 향해 “차 빼. 차 빼”를 연호하기도 했다. 도로가 마비되자 세종대로 사거리로 진입했던 자동차들은 방향을 돌려 다른 도로를 이용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잇따랐다.
이날 모인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와 여당을 규탄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잇단 성추문 등을 지적하며 “대통령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들은 “문재인을 파면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한민국 만세’,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등의 비판적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서울 성동구에서 왔다는 한 50대 남성은 “정부가 하는 일을 하나도 믿을 수 없다”며 “비가 오는데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 온 데는 이유가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수만명의 인파가 몰린데다 일부 참가자들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방역 당국은 이 같은 집회가 지역사회 감염의 또 다른 뇌관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게다가 이날은 서울지역 신규 확진자가 7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날이다. 경찰은 이날 서울 전역에서 이뤄질 집회의 안전을 기하고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총 90여개 중대에서 6,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앞서 서울시는 집회를 신고한 단체들에 집회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보수단체들의 집회는 결국 수만명 규모로 확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다수 단체에서 대규모 집회 신고를 하자 서울시는 이들 단체에 집회명령 금지를 내렸다. 이 조치가 부당하다며 일부 단체들은 법원에 집회금지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을 냈고 이 중 일파만파와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가 신청한 단 두건만 인용됐다. 하지만 오후 3시 안국역 인근에서 2,000여명이 모이기로 계획한 민주노총 등 일부 단체들은 이 같은 명령에도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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