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의 원료 인정을 받기 위한 임상연구 논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의약품 제조업체와 부설 연구소 부소장에 대해 대법원이 저작권법 위반을 인정했다. 다만 1심에서 이들에게 무죄 취지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는데, 2심 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내는 대신 유죄 판결을 내린 만큼 대법원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1심으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의약품 제조사 서흥과 이 회사의 연구소 부소장 오모씨의 저작권법 위반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결한 원심과 무죄로 판결한 1심을 모두 깨고 사건을 1심 법원인 수원지법 성남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오씨와 서흥은 지난 2012년 6월 식약처에 서흥 명의로 칠레산 로즈힙(들장미 열매) 분말을 기능성 원료로 인정해 달라 신청하며 관련 논문을 저작권자의 사용 허락 없이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해당 논문을 인터넷의 해외 학술정보사이트 등에서 다운로드해서 출력·제출했다. 저작권자는 이 논문을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심은 오씨의 행위에 대해 저작권 침해는 맞지만 현행법상 고소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며 공소기각 결정했다. 현행 저작권법 140조를 보면 영리 목적이 아닌 저작권 침해의 경우 저작권자 당사자가 범죄사실과 범인을 안 지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오씨가 논문을 식약처에 낸 건 영리가 아닌 연구 등의 목적 사용인데, 고소 시점을 따지면 6개월이 넘었다. 또한 오씨의 저작권 침해 수준이 중대하거나 대규모·반복적 위반은 아니라고 봤다.
반면 2심은 오씨와 서흥의 행위가 직접적 이익을 얻기 위한 저작권 침해가 맞다고 보고 양측에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서흥이 신청한 로즈힙이 기능성원료로 인정받으면 이를 원료로 한 건강기능식품을 팔 수 있어서 상당한 이익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친고죄가 아니며, 고소 기간 6개월도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이유로 1심부터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형사소송법 366조를 보면 공소기각 등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할 때에는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법 조항대로면 2심 재판부가 1심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어야 하는데 본안 소송을 진행한 게 위법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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