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정기 종료…조국·정경심 재판 재개
서울중앙지법의 여름 휴정기가 끝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재판도 재개됐다. 2주의 휴정기 동안 심리가 중단됐던 만큼 이제부터는 두 사람의 혐의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열린 조 전 장관의 공판에서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온 가운데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이 다뤄졌다.
김 차관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과 관련해 ‘사표 수리로 정리했으면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 차관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금융위 고위 의사결정권자였다.
검찰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주장을 언급하며 김 차관에게 진위 여부를 물었다. 검찰은 “김용범이 청와대 회의 때 들어와 저를 만나 (유재수 감찰 관련) 청와대의 입장이 뭐냐는 취지로 묻기에, 청와대 입장은 ‘사표 수리 정도로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백 전 비서관의 진술을 제시했고, 이에 김 차관은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김용범 차관 "유재수 감찰 구체적 내용 몰랐다"
또 김 차관은 유 전 부시장이 감찰을 받은 구체적인 비위 사실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과거 유 전 부시장 문제로 백 전 비서관을 찾아갔을 때 비위 내용을 물어봤냐는 검찰의 질문에 김 차관은 “(해당 내용은) 민정비서관 소관이 아니다”라며 “혹시라도 우리(금융위) 쪽에서 참고할 내용이 있을까 해서 들른 거지 구체적으로 많은 걸 알아내야겠다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금융위 부위원장이라는 김 차관의 당시 직급을 언급하며 “고위직인데 청와대에 물어볼 수는 없었나”고 물었고, 이에 김 차관은 “민정수석실 업무가 통상적인 정책을 하는 부서는 아니라서 저희(금융위)가 늘 소통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 차관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에 사표를 낸 건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가는 데 필요한 절차였던 것이지, 감찰과 관련된 건 아니라고도 했다. 김 차관은 “민주당에 가기 위한 사전 조치가 ‘공무원 사직’이라 사표를 낸 것”이라며 “(청와대로부터) 사표를 받으라고 명시적으로 들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이 본인의 강한 희망에 따라 민주당 전문위원으로 간 것이라는 증언도 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최 전 위원장 역시 김 차관의 증언과 같은 취지로 말했다. 최 전 위원장 역시 유 전 부시장이 금융정책국장이었을 당시 그의 상관이었다.
김원영 변호사 "교복 입은 학생 아버지가 조국이랬다"
지난 13일에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도 열렸다. 공판에는 과거 정 교수의 딸 조모(29)씨가 한영외고 재학 시절 참석했다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의 진행요원이었던 김원영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김 변호사는 세미나가 열린 2009년 5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공판에서 김 변호사는 “거의 유일하게 교복을 입은 학생이 와서 옆에 있던 친구와 신기해하며 봤다”면서 “그 학생이 ‘아빠가 (세미나에) 가보라고 했다’고 얘기해서 아버지가 누구냐는 등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학생의) 아버지가 조국 교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세미나에서 촬영된 동영상 속 학생이 조씨라고 확신하지는 못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이 “당시 학생이 이 사람이 맞나”고 물었고, 이에 김 변호사는 “10년 전에 봤던 학생을 (맞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조씨의 세미나 참석 여부에 대한 의견은 앞선 증인 신문에서부터 엇갈려왔다.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의 아들 장모씨는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동영상 속 여성도 조씨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인권법센터 전 사무국장은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증언했다.
법원, '정경심 공소장' 변경 허가
한편 재판부는 이날 세미나 관련 허위 인턴 경력을 조씨의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게 했다는 정 교수의 공소사실을 일부 변경하는 것을 허가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한인섭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턴 활동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 측은 “확인서 발급 과정에 한인섭 센터장의 동의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바뀐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조 전 장관 재판의 다음 기일에는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관련 증인 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오는 28일 유 전 국장 감찰 당시 인사 실무를 담당했던 이들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정 교수 재판의 다음 기일인 20일에는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이었던 김경록 프라이빗뱅커(PB),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를 분석한 대검찰청 수사관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김 PB는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PC 하드디스크와 동양대 컴퓨터 1대를 숨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