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경제를 대변하는 후보가 자력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야 국민들이 달라진 더불어민주당을 기대하지 않을까요?”
더불어민주당 8·29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양향자(초선·광주 서을) 의원은 1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어서 배려받는 후보가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당원들이 선출한 최고위원이 돼야 한다고 시종일관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잇따른 성추행 논란으로 국민들의 여론이 어느 때보다 악화된 가운데 반성과 변화의 시작은 여성 의원들이 당 전면에 나설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의 성별 비율을 보면 양 의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역구 국회의원 163명 중 여성은 20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19명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편중됐다. 최고위원과 전국여성위원장을 거쳐 광주 서을에서 당선에 성공한 양 의원은 호남은 물론 강원·충청·영남 등 비수도권 지역을 대표하는 유일한 여성 의원이다.
양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패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여성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데 있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에 우호적이라고 생각했던 2030 여성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며 “역대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여성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게 민주당의 현주소다. 여성 유권자의 지지 회복은 여성 지도부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양 의원은 이미 최고위원 당선이 확정됐지만 ‘여성 몫’을 반납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여성을 배려하는 당헌·당규가 없는 게 오히려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들었다고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지도부에 들어가지 못하면 발언권이 당내에서 힘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양 의원은 아울러 민주당을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그는 “현재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 출마자 중 경제와 산업계에 몸담은 전문가는 내가 유일하다”며 “민주당은 그동안 법조계와 운동권·시민사회 출신들이 주류였다. 이번 지도부 선출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경제는 여전히 뒷전’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실제로 과학기술과 미래산업 분야에 몸담지 않고 ‘디지털’을 말하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했지만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업인 출신답게 ‘소신’을 분명히 드러냈다.
양 의원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해주는 게 정부와 여당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례없는 취업난과 잦은 퇴사 등 청년들이 겪는 고통과 관련해서는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자 사회적 해법도 제시했다. 자신과 같이 ‘고졸 신화’라는 말이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는, 기회의 사다리가 보장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정치적 목표이자 꿈이라고 소개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