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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별 게 없었다”…점검회의 연기는 미중 모두에 ‘윈윈’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트럼프, 중국이 어느 정도 수입해주면 판 안 깨

中, 두달 보름여 남은 미 대선 봐가며 관계 재설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많은 것을 구입하고 있다”며 다시 1단계 무역합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식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지금 무역합의의 현주소를 까발릴 이유가 없다는 측면에서 점검회의 연기는 양측 모두에게 ‘윈윈’입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역시나 별 게 없었습니다. 미중 무역합의 얘기인데요. 다만, 점검회의 연기라는 묘수를 꺼냈습니다. 15일(현지시간) 점검회의 결과에 따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무역합의의 방향을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회의 자체를 늦춘 것이죠. 결과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득이 되는 카드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류허 중국 부총리와 화상으로 회의를 열려고 했지만 중국 베이다이허 회의로 연기됐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8월께 전현직 지도부가 허베이성 베이다이허에 모여 비공개로 현안을 논의하는데 일반적으로 날짜가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습니다.

겉으로는 베이다이허 속으로는 둘 다 눈치게임
외교와 통상 문제에 있어서는 명분이 중요합니다. 어떤 구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 점검회의 연기는 베이다이허 회의 때문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속으로는 양측 모두 지금 시점에서 회의를 해봐야 별로 도움이 될 게 없어서입니다.

우선 중국 입장에서는 미 대선이 두 달 보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회의를 하고 무언가를 논의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판을 깨버리면 안 되니 그걸 막을 정도의 대가(미국산 수입) 정도만 치르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중국은 많은 것을 구입하고 있다. 그들은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고 있다”며 “중국이 지난주 옥수수 구매 역사상 이틀간 가장 많은 양을 샀다. 많은 양의 대두와 육류도 샀다”고 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외로 다루기 쉬운(?)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해주면 ‘만사 오케이’이니 말입니다. 중국 지도부는 일단 시간을 번 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민주당이 승리하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과 새 관계를 맺어보려고 할 테고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면 장기전을 어떻게 펴나갈지 더 고심하게 될 것입니다.

6월 말 기준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른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현황.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트럼프 대통령 측 입장에서도 중국이 어쨌든 농산물을 비롯한 미국산 제품 구매를 꾸준히 해주면 굳이 1단계 무역합의를 깰 이유가 없습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은 올해 미국상품을 1,727억달러어치를 사기로 했고 6월 기준 목표치는 863억달러였지만 현재 402억달러 상당의 물품만 수입했습니다. 이행률이 46.5%입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성과가 계속 나기만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무역합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누차 설명드렸듯 1차 무역합의 유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카드 가운데 하나이며 이 때문에 지금까지 홍콩과 위구르, 영사관 폐쇄 문제에 있어 겉으로만 센 척하고 실제로는 별 것 없는 제재만 해왔던 겁니다. 참고로 누가 먼저 연기를 제안했느냐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죠.

다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선이 끝나면 중국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선거 결과에 따라 그 수준은 다를 겁니다. 패배한다면 동력이 없어질테니까요. 어쨌든 이대로라면 11월3일 대선 때까지는 1단계 무역합의 때문에 판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1단계 합의 전제조건 화웨이, 틱톡 제재 풀어라?...홍콩, 대만 등 큰 그림이 우선
지난 13일 런훙빈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는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제한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들을 멈추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중국 기업제재에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기가 어렵다는 식의 얘기도 흘러나오는데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화웨이와 틱톡 제재를 푸는 일이 중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리바바까지 손댈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도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산당 지도부의 눈으로 보면 화웨이와 틱톡은 홍콩이나 대만 문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의미가 적습니다. 관료들의 시각에서는 화웨이의 미국과 글로벌 영업도 중요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중국 정부의 지원과 내수만으로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볼 겁니다.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노력해볼 부분도 있고요.

화웨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즉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로 야기된 홍콩 문제와 홍콩의 내정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만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 핵심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게 1순위입니다. 당장 대만만 해도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의 남중국해 방공 실탄 훈련 이후 미군이 대만해협에 7차례 정찰기를 보냈습니다.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는 대만 국민당이 15일 남부 가오슝 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것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국은 자본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업이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죠. 화웨이 같은 주요 기업 문제도 미 대선 전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으니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시간을 끌며 두고 보려고 할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물론 그 사이사이에 협상 카드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겠죠.

화웨이가 중국 군부의 후원을 받고 공산당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홍콩과 대만을 앞서지는 않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지도부는 현상황을 좀 더 안정화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1단계 무역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결국 화웨이와 틱톡 제재를 풀어야 무역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주장은 시간끌기에 불과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했듯 이런 와중에도 양이 문제지만 중국은 계속 미국산 물건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합의 입체적으로 봐야
미중 무역합의는 입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단순히 점검회의가 연기됐다고 해서 합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건 1차원적인 접근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무역합의에 문제가 생겨 연기한 건 아니다”라고 한 말의 뜻을 곱씹어봐야 합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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