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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라지는 가속차로 표시 미비땐 국가에도 사고 배상책임"

도로에 가속차로를 만들었을 때 곧 차로가 사라진다는 의미의 교통표지판과 노면 표시. /연합뉴스




측면에서 합류하는 도로에 있는 가속차로가 곧 사라진다고 노면에 제대로 표시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면 국가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이형주 부장판사)는 한 손해보험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다만 보험사가 50%의 책임을 주장한 것을 반영해 국가는 보험사에 약 2억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보험사는 지난 2017년 12월28일 전남 나주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보험금 약 5억원을 지급한 후 국가에 구상금을 청구했다. 당시 운전자 A씨는 다른 도로에서 합류하는 차로를 따라 편도 1차로 국도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는 2차로로 주행하다 연석을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B씨의 차량과 충돌했다. 당시 A씨가 주행하던 2차로는 도로의 안전한 진입을 위해 표시했다가 적정 거리가 지나면 사라지는 ‘가속차로’였다. 가속차로란 기존 주행차로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고 안전하게 진입하도록 적정한 속도를 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차로다.



보험사는 사고가 발생한 국도의 우측 가속차로에 곧 없어진다는 교통표지판이나 노면 표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가속차로와 1차로의 경계는 처음에는 점선으로 표시되다 3분의2 구간이 지난 뒤에는 차로 변경을 금지한다는 의미인 실선으로 표시돼 있었다. A씨는 차로가 사라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막다른 곳에서 연석에 부딪혔다.

재판부는 “2차로가 가속차로임을 알리는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도로 설치상의 중대한 흠결”이라며 “심지어 마지막 3분의1 구간은 실선으로 차선을 표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고가 야간에 발생했다는 점까지 더하면 초행인 운전자가 보통의 주행차로라고 착오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운전자 A씨가 이 사고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데 대해서도 “중앙선 침범 사고지만 고의가 아니기에 무죄 등을 주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가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과실은 크지 않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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