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1일로 여야 대표 회담을 추진했지만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통합당은 “청와대는 회담을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며 “국면 전환 쇼에 무턱대고 따르라 하면 저희는 따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최근 중도층에 힘입어 지지율을 역전한 통합당이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과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의 대화에 문을 열어뒀지만, 통합당이 강하게 거부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29일로 다가온 만큼 새 지도부가 선출된 이후에야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7일 “13일 제가 신임 정무수석으로서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재차 대통령의 당 대표 초청 의사를 밝혔다”며 “그러나 통합당은 어제(16일) 21일로 제안했던 일정이 불가함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협치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여야 회동을 위한 실무협의를 이어갔지만 김 위원장이 거절하며 불발됐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8월을 회동 시기로 제안한 것은 ‘분기마다 한 차례 가동한다’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합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회동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집중호우 대책 등 각종 민생 현안이 논의 테이블 위에 오를 예정이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협치를 재차 당부할 기회이기도 했다. 최근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박 추락하는 가운데 9월 정기국회를 이끌 여야를 향해 초당적 협력을 주문할 적기였던 셈이다. 최 수석은 “이번 8월에 당 대표를 초청해 국정 전반에 대해 의제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통합당은 8월 회동의 불발 원인으로 지목되자 즉각 반발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빈말로 지나가듯 언저리에 던져놓고 마치 저희가 거부해서 성사가 안 된 것처럼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1대 국회 들어 법제사법위원장 강탈, 의회 독식 등 청와대 하고 싶은 대로 다하더니 이제 와서 돌변해 ‘회담하자’고 팔을 비튼다”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데 익숙해지시더니 대화마저 강매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통합당 관계자는 “갑자기 대화하자고 하면 이제 (통합당에) 책임을 전가할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통합당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선 현 시점에서 회동을 갖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의 만남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최 수석은 “문 대통령의 여야 정당 대표 대화 제안은 언제든 열려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수해, 경제위기 등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정치권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회동 시기를 재조율해야 하는 만큼 당장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허세민·김혜린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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