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당시 10살인 사촌 여동생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피해자 진술 외에는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37)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3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2007년 A씨는 친척 집에서 잠들어 있는 사촌 여동생인 B씨(당시 10세)를 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사건 당시 방 안에는 B씨의 남동생과 B씨의 또 다른 사촌인 C씨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범행 피해 후 3년 뒤인 2010년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추행 사실을 따졌으나 A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이에 B씨는 2018년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C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A씨 측은 “B씨로부터 추행 사실을 따지는 전화를 처음 받은 날 C씨와의 통화에서 C씨가 자신이 B씨를 추행했다고 말했다”며 “수사가 시작되자 피고소 당사자도 아닌 C씨의 부모가 먼저 나서 B씨 측에 고소 취하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A씨 측은 또 “피해자가 수사 과정에서는 사건 당시 자는 척을 했다고 진술했다가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얼굴을 봤다고 말을 바꾸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13년이나 지나 기억에 착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자가 C씨의 범행을 피고인이 저지른 것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C씨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B씨를 추행했다고 A씨에게 말한 사실이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친척 간에 사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A씨에게 거짓말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B씨는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B씨는 “방이 어둡기는 했으나 문이 열려 있었고 창문이 있어 시곗바늘까지 볼 수 있을 정도였다”며 “피고인의 손과 얼굴을 확실히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려움에 자는 척하다가 물을 마시러 가는 척 일어났고, 이때 C씨가 싱크대로 안내해줘 물을 마셨다”며 C씨는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봤을 때 진술 내용에 다소 일관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진술 자체에 모순이 없다면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피해자의 진술에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진술이 구체적·세부적인 부분까지 일관성 있는 등 신빙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특히 B씨가 A씨와 C씨를 착각했다는 주장에 대해 “피해자가 사건 당시 피고인과 B씨를 충분히 구분해 인식할 수 있는 나이였고, 방 안이 어두웠다지만 피고인을 식별하는 것이 곤란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C씨가 ‘자신이 추행했다’고 A씨에게 말한 것과 관련해 “C씨가 피해자에 대해 추행을 미수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취지로, A씨를 가해자로 특정한 피해자 진술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A씨는 재판부에 “억울하다. 정말 내가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A씨의 변호인은 “C씨가 사실상 자백한 점을 고려하면 상식선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이라면서 즉각 항소한 상태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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