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전면 도입을 다시 추진한다. 하지만 노동이사제를 시범 도입한 서울시 내부에서 회의론이 나오는데다 공공 부문에서 도입하면 민간기업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18일 여권에 따르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해 공동의 책임을 지게 하는 건강한 경제민주주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노사관계를 구축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회의 신속한 법안 논의를 촉구했다. 앞서 박 의원은 공기업·준정부기관 상임이사 중 2명 이상을 노동이사로 두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동이사는 1년 이상 재직한 사람 중에서 노동자들이 직접 선출하고 임기는 3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재계는 “현재의 노사관계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새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이 ‘잊혀졌던’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전면 도입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은 재보궐과 대선 등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범 도입 중인 노동이사제가 동력을 잃어가자 불씨를 살려 전국 340개 공공기관에 전면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는 서울시가 지난 2016년 산하기관인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등 15개 공공기관에 시범 도입한 후 경기·광주·인천 등 6개 지자체 42개 공기업·출연기관에서 도입하고 있다. 박 의원은 “그러나 노동이사의 자격·직무·신분에 관해 법률이 아닌 자치법규에 근거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법률적 근거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해 강제적인 법 규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동이사제는 과거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안해 민주당이 추진했지만 여론의 반발로 무산됐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대통령 후보 시절 “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공공 부문에 먼저 도입한 후 삼성 등 4대 대기업에 이어 10대 대기업 순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재계 등은 강력 반발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에도 여론의 반발이 거세 지지부진해지자 박 의원이 공론화에 나서는 등 ‘총대’를 멨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들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사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경영에 전면적으로 참여할 경우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에서 변춘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노동이사가 실효성 있는 활동을 위해 이사회 안건 부의권,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추천권, 경영비리 등에 대한 감사청구권을 요구한 바 있지만 공사 경영진 사이에서는 무리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사회가 노조 눈치를 지나치게 보게 돼 책임경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파업을 무기로 노조가 압박할 경우 경영상 불가피한 구조조정 등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재계는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전면 도입하면 그다음 타깃은 민간 기업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우리나라의 노사 간 협력지수 순위는 140개국 중 130위”라며 “투쟁과 불신에 기초한 현재의 노사관계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새로운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현안을 놓고 노사갈등이 극에 달해 경영다운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영 참여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느냐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없이 ‘전면 도입’부터 꺼내는 것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인엽·변재현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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