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검경수사권 조정 시행령이 지난 7일 입법 예고되면서 검경의 ‘뜨거운 감자’였던 수사권 조정은 사실상 제도 시행만 앞두게 됐다. 이제 관심은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질 경찰의 권한을 분산·견제할 수 있는 경찰 개혁과제의 추진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신설 등을 담은 경찰개혁법안이 발의되며 본격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법안 내용이 당초 개혁 취지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경찰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 3회에 걸친 연속기획을 통해 짚어본다.
‘국가수사본부’ 설립은 경찰개혁의 핵심과제다. 수사사무를 독립적으로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를 둬 치안정감급의 본부장이 지휘하게 하고 경찰청장·지방경찰청장 등 행정경찰은 구체적 수사지휘를 못하게 해 경찰 권한의 집중을 막겠다는 취지다. 행정과 수사기능의 분리로 외압을 막고 중립적인 수사를 보장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하지만 새로 생겨날 국가수사본부가 제도의 취지대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찰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를 경찰청 내에 두기로 해 경찰청장이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법무부와 검찰과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 국가수사본부가 경찰청 산하 조직이 되면 경찰청장이 어느 정도 업무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수사본부장 임명도 내부 경찰로 충원하거나 개방형 직위로 모집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내부 경찰이 임용될 경우에 경찰청장의 의중이 반영될 공산이 크다.
국가수사본부장이 어느 범위까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도 모호하다. 경찰법상 임용권자는 경찰청장, 지방경찰청장, 경찰기관의 장으로 한정돼 있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경찰청장이나 관서장의 영향력을 배제한 채 일선 수사경찰을 원활하게 지휘·감독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수사본부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일부 인사권을 부여하는 방향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방청이나 일선 경찰서의 수사조직을 효율적으로 지휘하려면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지방수사본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수사조직을 별도의 국가수사본부 소속으로 두지 않고 지금처럼 지방경찰청장·경찰서장 소속으로 남겨뒀을 경우 독립적 지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찰청은 지방수사본부를 별도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수사본부 설립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경찰청장 등 행정경찰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후속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청장 등의 인사 관여를 최대한 줄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단시간에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지방에도 광역수사본부 형태로 수사부서들을 별도 조직으로 두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국가수사본부가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서 “수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찰청장이 어느 범위까지 관리할 수 있을지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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