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전례 없는 정신보건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미주본부 범미보건기구(PAHO)의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지역(미주)에 사상 초유의 정신 보건 위기를 일으켰다”며 “모든 국가에서 (정신 보건 위기가) ‘초대형 악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염병 대응의 일환으로 정신 건강 지원 사업을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각국에 촉구했다.
에티엔 국장은 길어지는 팬데믹에 방역 최전선에서 장시간 일하는 의료진이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몇 달간 비상근무로 의료진이 탈진한 상태로 우울증과 불안증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서 마크먼 미 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건강관리 분야 종사자들 가운데 실제로 부상자 분류를 해 본 사람은 얼마 없는데 지금 이들에게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맡기고 있다”며 “심각한 도덕적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정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에티엔 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충격과 자택대기 조처로 가정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집에 갇혀 외부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대유행 기간 가정폭력 실상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각국 정부에 “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과 보상을 코로나19에 대한 국가 대응 계획의 핵심 부문으로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코로나19는 확진 판정을 받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모두에게 정신적인 고통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불면증, 섬망증(환각, 초조, 과잉행동을 동반한 정신질환), 우울증 등을 겪게 된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에 많은 이가 감염을 두려워하고 아플까 봐 불안해하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어 “바이러스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과 불확실한 미래, 우리를 압도하는 뉴스와 오정보, 몇 주 또는 몇 달이나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 탓 외로움과 고립감 때문에 우리가 모두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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