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던 연인에게 느닷없이 나타나 시비를 걸다가 끝내 한 명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19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대연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배모(54)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배씨의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배씨는 지난 1월 26일 0시께 용산구 효창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길을 가던 연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이 중 남성 A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씨는 당시 A씨의 여자친구 B씨를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도 받았다.
배씨는 일부러 A씨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 차례 밀치며 시비를 걸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근처 자기 집으로 들어가 흉기를 가지고 나온 뒤 뒤쫓아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 정권 정책에 화가 난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에게 고의로 시비를 걸었고, 피해자들이 대응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음에도 쫓아가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이는 무작위 살인으로 범행 동기에 대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결했다.
앞선 재판에서 배씨 측은 A씨를 살해하려던 의도가 없었다며 살해의 고의성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칼에 찔리는 모습이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통을 향해 (흉기를) 찌르듯이 내지르는 장면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배씨에게 재범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전에도 유사한 폭력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러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배씨 측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치료를 받았다는 아무런 자료도 없고 CCTV 영상에서 피해자를 찌르는 장면이 명확하게 찍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부터는 이전 진술을 번복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정신적 문제가 어느 정도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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