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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있잖아]'고미'→'묶음', '수도작'→'벼농사'로

⑩농업 용어

“한 고미만 줘요.” “물건이 좋으니 아도를 쳐야지.”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흔히 쓰였고, 지금도 쓰이는 표현들이다. 수십 년 간 관행적으로 써 온 일본어와 비속어 등을 뿌리 뽑고 올바른 용어로 바꾸기 위해 농협은 지난 2016년 ‘올바른 도매시장 용어집’을 제작했다. 경매사 설문조사 결과와 단어 사용빈도 등을 고려해 200여 개의 용어를 추리고 국립국어원의 도움을 받아 57개를 순화하는 작업을 벌인 것이다. 이를 통해 묶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고미’는 ‘묶음’으로, 한 물건을 몽땅 사는 것을 뜻하는 ‘아도’는 ‘몽땅구입’이라는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순화됐다.

농업계에서는 어려운 한자나 일본식 농업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작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1982년부터 ‘알기 쉬운 농업용어집’을 개정해 선보이고 있다. 2016년에 나온 네 번째 수정증보판에서는 ‘수도작→벼농사’, ‘로터리→경운 또는 흙펴기’, ‘휴립휴파→이랑 만들면서 씨 뿌리기’ 등 229단어를 새로 추가하고 기존 영어 119개를 수정했다. “개화시기를 늦추기 위해 5월이나 6월에 1회~2회 적심해준다→ 꽃피는 시기를 늦추기 위해… 순지르기를 해준다” 같은 예문도 넣어 이해에 도움을 준다.



농업 분야에서의 우리말 순화 작업은 기업보다 공공부문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2018년 ‘전문용어 표준화협의회’를 신설해 용어 순화에 앞장서고 있다. 협의회는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거나 같은 의미의 여러 표현을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을 하는데, 지난해 17개의 농식품부 전문용어 표준안을 내놓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농림부는 적과(摘果)를 ‘열매솎기’로, 적화(摘花)를 ‘꽃솎기’로, 급이(給餌)를 ‘먹이주기’ 등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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