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제조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데 5년간 1조달러(약 1,182조원)가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 현지용이 아닌 수출 관련 제조업 분야를 전부 중국 밖으로 옮기기 위한 비용이 5년 동안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이 자기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이 0.7%포인트, 잉여현금흐름 마진(free-cash-flow margin)이 1.1%포인트 내려간다고 내다봤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 영업비용과 세금, 설비투자액 등을 뺀 돈으로 마진율이 크면 클수록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결국 탈(脫)중국에 성공하게 되면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줄어 이 같은 손실이 “(탈중국을) 엄두조차 못 낼 정도는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미국과 일본·유럽 등 여러 국가가 세금 감면, 저금리 대출, 기타 보조금 등을 통해 (공급망 이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탈중국 논의에 속도를 붙였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무역 분쟁, 안보 우려, 기후 변화, 공장자동화 등 여러 이유로 공급망 재배치 논의가 있었으나 전염병으로 인해 기업들이 관련 사안을 더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BOA의 한 펀드 매니저가 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의 자국 복귀)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가장 두드러진 구조적 변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진은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자국 복귀) 수혜 업종으로는 건설 엔지니어링과 기계류·공장자동화·전기전자장비·응용소프트웨어 등을 꼽았다. 다만 폴 도너번 UBS 글로벌자산관리부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리쇼어링이 무역 관세나 조세 정책 등을 통해 강제되기보다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그 효율성을 평가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