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이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으로 이 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 문제가 악화하면서 월세 내기도 어려워진 30~40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35세 남성, 부모에 지원 요구 소송
이번 소송은 무려 5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는데 앞서 1심에서는 부모가 캥거루족 자녀에게 매달 300유로(약 42만원)의 용돈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캥거루족 자녀의 요청을 사실상 기각함과 동시에 1심 판결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마리아 크리스티나 장코라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부모의 자녀 부양 의무를 주장한 원고에게 “자립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체 또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자녀는 법적 보호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부모의 재정적 지원은 무한정 이어질 수 없다”고 썼다. 그는 원하는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는 원고의 주장도 변명이 될 수 없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성년) 자녀는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서 캥거루족은 '큰 아기'로 불려
이탈리아에서는 부모에게 얹혀사는 30~40대를 일컫는 ‘밤보치오니’(bamboccioni·큰 아기)라는 명칭이 등장할 만큼 만연한 캥거루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의 지난해 집계에 따르면 18~34세 청년 중 64.3%가 여전히 부모와 한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36.5%는 학생이며, 38.2%는 취업했지만 23.7%는 구직 중이다. 또 15~24세 청년의 실업률은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시니 협회장은 캥거루족이 만연한 사회적 현상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등 다른 남유럽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1인당 GDP 2배 호주서도 만연
지난 5월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가격 비교 웹사이트 파인더 설문조사를 인용해 성인 자녀가 부모에게 얹혀사는 가구가 전체 응답자 중 26%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가구 중 21%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쇼핑센터, 식당, 극장,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이 봉쇄된 경제 충격이 발생한 지난 3월 이후 성인 자녀가 부모 집으로 들어온 경우이다.
파인더 측은 이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업과 수입 감소로 많은 청년층이 임대료와 공과금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결과로 분석했다. 한 분석가는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젊은 자녀들에게는 부모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이 구명줄 역할을 한다”면서 “이런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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