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겸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36)의 웹툰 ‘복학왕’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네이버 유저 1,000여명이 연재 중단 요구에 나섰다.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유니브페미·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여성주의 소모임 추진모임·버터스푼·콜렉티브 뒹굴·페미당 창당모임 등 8개 단체는 지난 19일 네이버웹툰 본사가 있는 분당 크래프톤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 유저 1,167명이 자신의 ID를 적은 서명 요구안을 본사에 제출했다.
이들은 요구안에서 “기안84 ‘복학왕’이 여성 성기를 암시하는 묘사, 회사상관과 성관계 후 정직원이 됐다는 스토리 등으로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면서 “기안84는 이전에도 여성혐오, 장애인 비하, 이주노동자 차별 등 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청소년 임신에 대한 부적절한 묘사로 논란이 있었던 ‘틴맘’ 등 네이버웹툰의 여성혐오, 소수자 비하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면서 “네이버웹툰은 이용률 1위 포털임에도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단체는 네이버웹툰 이용약관에는 ‘미풍양속에 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 성차별과 소수자 비하 등 구체적인 제재 규정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네이버웹툰은 ‘복학왕’ 연재를 중단하고, 공식 연재 작품이 여성혐오나 소수자 모욕을 담고 있을 경우 불이익 조처하라”면서 “네이버와 네이버웹툰은 이용 규칙에 명확한 제재 조항을 신설하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웹툰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 2화’는 여주인공 봉지은이 우기명이 다니는 기안그룹에 인턴으로 들어가 정직원으로 입사하는 과정을 그렸다. 해당 회차에서 봉지은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고 말하면서 회식 도중 의자에 누운 채 조개를 배에 얹고 깨부순다. 이를 본 40대 노총각 팀장은 감탄하면서 주인공을 인턴으로 채용했다. 일부 독자들은 해당 장면이 스펙이 부족한 여성 인턴이 남자 상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정직원이 된 듯한 내용이 묘사됐다며 기안 84를 비판했다. 이후 해당 장면은 배 위에서 조개를 깨부수는 대신 테이블 위 대게를 내려치는 것으로 수정됐다.
기안84는 최근 사과문을 통해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며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고자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 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라며 주의를 약속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당 웹툰 연재를 중지해달라는 글에 11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그가 출연 중인 MBC TV 예능 ‘나 혼자 산다’ 하차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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