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은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시험관 시험에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했고 국내사 소유 성분으로는 가장 빨리 허가용 임상을 진행 중이다.
원래부터 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됐던 약물이어서 이미 세포 내에 전달돼 효과를 보인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에 시험관 내 효과가 임상에서 재현될 확률이 높다.
이처럼 다른 질환에 쓰이고 있는 약물이나 효과가 부족해 실패한 약물을 다시 평가해 새로운 질환에 사용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안전성 확보에 소요되는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신약에 비해 성공확율이 2배 이상 높아서다. 신약 개발에는 보통 10~15년 이상이 걸린다.
현재 유일하게 코로나19에 일부 효과를 보여 중증 환자에게 투약되고 있는 렘데시비르도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다. 유명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와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도 약물재창출의 대표적 사례다. 최초의 B형간염 치료제 ‘제픽스’도 RNA 바이러스인 에이즈바이러스(HIV) 치료제로 개발되다가 추가적인 효과를 발견해서 개발됐다.
부광약품은 2013년부터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신약개발을 시작해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글로벌 2상을 끝낸 당뇨병 신약도 화이자가 위장관계 치료제로 개발했던 성분이다. 중추신경계 분야에서도 기존 약물의 복합제를 개발하기도 했으며, 투자회사 에이서테라퓨틱스도 약물재창출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의뢰했을 정도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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