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해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조속히 확보하도록 하라고 보건복지부에 지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이 앞다퉈 백신 입도선매에 나서고 있는 만큼 차후 생길 수 있는 백신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백신 경쟁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민족주의’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
트럼프, 7억회분 '싹쓸이'
최근 계약을 체결한 제약사는 모더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모더나와 1억회분에 달하는 백신 후보물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모더나와 15억 달러(1조7,775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미국 존슨앤드존슨과도 코로나19 백신 1억회 투여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0억달러다. 존슨앤드존슨은 이 돈으로 현재 초기 단계 임상시험 중인 자사 백신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오는 9월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백신 3억회분,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1억회분, 프랑스 사노피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백신 1억회분, 미국 노바백스 백신 1억회분 등을 미리 확보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워프 스피드’ 작전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과 생산, 공급계약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확보에 쏟아부은 자금은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본도 5억회분 백신 공급받기로
이 밖에 영국은 프랑스 제약사인 발네바와 백신 생산시설 투자 계약을 맺고 1억회분을 받기로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은 4개 개발자들과 2억5,000만회분의 백신에 대한 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독일 바이오텍 기업 큐어백과 최소 2억2,500회 분량 구입과 관련한 사전 협상을 마친 상태다. 큐어백의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27개 회원국이 모두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큐어백과 공급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EU는 존슨앤드존슨과 사노피와도 계약을 논의 중이며 지난주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최소 3억회 분량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 일본도 미국 노바백스의 2억5,000만개를 포함해 3개 공급업체로부터 4억9,000만 회분의 백신을 제공받기로 했다. 호주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전국민에 무료로 접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러시아 백신 최초 등록"
전 세계 주요국이 백신 확보전에 나서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이 공식 등록됐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그는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백신이 인간 아데노바이러스에 기반해 만들어졌으며 효능이 좋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본인의 두 딸 중 1명도 이 백신의 임상 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아직 3차 임상 시험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 러시아 백신은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Sputnik V)로 명명됐다. 백신이 공식 등록 절차를 마침에 따라 조만간 양산과 일반인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스통신은 1순위인 의료진 접종이 8월 말이나 9월 초에 시작되고 백신 시판은 내년 1월 1일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WHO, '백신 민족주의'에 경고장
그는 “팬데믹을 종식하고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단지 몇몇 국가의 전체 국민보다는 전 세계의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백신을 공유하는 것이 각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WHO가 주도하는 글로벌 백신 공급 메커니즘인 ‘코백스’(COVAX)에 가입을 독려하는 서한을 각 회원국에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만일 코로나19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 개발이 확인되면 이를 두 단계를 통해 공정하게 분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1단계로 각국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을 동시에 분배하고, 2단계로 각국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추가로 나눈다는 설명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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