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북에선 최근 86세 남성과 밭일을 하던 52세 여성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이송 당시 의식불명 상태였고 체온은 41도를 넘었다. 온열질환은 열탈진(일사병), 열사병 등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돼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며 방치 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온열질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야외작업장, 논밭, 길가 등 실외에서 발생하므로 무더위 때는 오후시간대 작업을 줄이고, 충분히 물을 마시고, 주기적으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며 “어지러움·두통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질환자는 가장 더운 낮 12시~5시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
무더위가 지속되면 땀을 많이 흘리고 체온이 높아지면서 혈액의 농도가 진해진다. 이때 굳어진 혈관에 과부하가 걸리면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해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앤지오텐신 차단제+이뇨제’ 복용 고혈압 환자 주의!
야외작업장, 논밭 등에서 일하거나 운동하다 쓰러지는 장노년층 중에는 평소 고혈압약을 먹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더위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을 흘려 열을 최대한 방출한다. 혈관이 확장되면 혈압이 낮아지며 심할 경우 정신을 잃는 열실신까지 발생할 수 있다. 많은 땀을 흘렸는데 수분·염분을 보충하지 않아 저혈압·저나트륨혈증으로 의식을 잃기도 한다.
김미현 일산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겨울철 혈관이 비교적 수축된 상태를 기준으로 처방된 혈압약을 복용하다 여름에 혈압이 크게 떨어져 내원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여름에 두통·현기증이 잦아지거나 누워있다가 일어날 때 머리가 핑 도는 저혈압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혈압약 복용량이나 종류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천규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고혈압으로 앤지오텐신 차단제를 복용하는 분이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거나 탈수 증세가 있으면 혈압이 크게 떨어지고 혈류가 안 좋아져 의식을 잃을 수 있다”며 “130~140㎜Hg 안팎이던 수축기 혈압이 요즘 같은 무더위에 105㎜Hg 안팎으로 떨어지면 120㎜Hg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혈압약 용량을 줄인다”고 했다.
앤지오텐신 차단제와 고혈압약의 효능을 높이는 이뇨제를 한 알로 만든 복합제를 먹는 환자가 많은데 과도한 땀 배출로 혈중 나트륨이 갑자기 떨어져 의식을 잃는 저나트륨혈증 증세가 나타나 저혈압과 마찬가지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혈중 나트륨 농도는 135~140밀리몰(mmol)/ℓ가 정상인데 120mmol/ℓ 미만으로 떨어지면 응급치료를 받아야 하며 110mmol/ℓ 미만으로 떨어지면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125mmol/ℓ 미만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혹은 쓰러지기 전까지 자신의 상태를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저나트륨혈증의 정도와 증상이 심한 경우 높은 농도의 나트륨이 포함된 수액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저나트륨혈증으로 수분이 뇌 세포 안으로 이동하면 뇌가 부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가볍게는 두통·구역질 등이, 심하게는 정신이상·의식장애·간질 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임 교수는 “따라서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라면 땀을 많이 흘리기 전이나 흘리고 나서 물·염분을 적절하게 보충해줘야 한다”며 “콩팥 기능이 정상의 30%를 밑도는 경우가 아니라면 나트륨 등이 들어 있는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고혈압 환자 중에는 고혈압은 물론 심장·콩팥 합병증 예방과 치료에 좋은 앤지오텐신 차단제를 먹는 경우도 많다. 이 약은 콩팥의 중요 기능인 혈액 여과 작용을 하는 사구체(絲球體) 혈관의 압력을 떨어뜨린다. 무더위 속에서의 작업·운동으로 많은 수분과 염분이 땀으로 빠져나갔는데도 제대로 보충하지 않으면 콩팥 기능이 정상인 사람도 사구체 혈관 압력이 너무 떨어져 급격한 사구체 여과율 감소, 콩팥 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고령자, 탈수나 콩팥혈관 동맥경화증이 심한 고혈압 환자는 약 복용 및 체내 수분·염분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2형 당뇨병 환자, 저혈당 쇼크 발생률 年 1% 수준
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면 혈당이 급상승할 수 있다. 반면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의 경우 폭염에 오래 노출되면 수분과 포도당이 몸 밖으로 많이 빠져나가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저혈당은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정상보다 매우 낮은 상태. 너무 많은 용량의 인슐린 주사를 맞았거나 먹는 혈당강하제를 과도하게 복용한 경우, 식사를 잘 하지 못하거나 운동을 갑자기 많이 한 경우 등에 찾아온다.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70~50㎎/㎗ 이하로 떨어지면 공복감, 온몸이 떨리고 기운이 빠지며 오한·식은땀 등 저혈당 증세가 나타난다. 심하면 실신·쇼크 등을 유발한다. 대부분은 당분을 적절히 보충하면 10~20분 안에 정상을 회복한다.
국내 2형(성인형)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 상태에서 의식을 잃거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저혈당 쇼크’ 발생률은 연간 1% 수준이다. 의식을 잃은 뒤 장시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거나 사고를 당해 사망하기도 한다. 수면 중 의식을 잃어 뇌가 손상돼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의식을 잃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도중 응급구조사가 구급차에서 포도당 수액을 주사하거나 인슐린의 활동을 억제하는 글루카곤 호르몬제를 주사한 뒤 의식이 돌아와 바로 귀가하기도 한다.
고은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저혈당 증상이 생기면 재빨리 설탕물을 100㏄ 정도 마시거나 알사탕을 2∼3알 먹으면 도움이 된다”며 “만약 의식이 없다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 응급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당뇨병 환자는 혈당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기 때문에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과도한 단당류 섭취는 삼가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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