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에게 통치 권한을 일부 이양한 배경을 두고 “김정은이 더 이상 통치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김 위원장의 현장 시찰 사진 등 관련 자료들에 대해서는 “조작으로 본다”며 “4월11일 이후 김정은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현장시찰을 정상적으로 해 본 바가 없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장 이사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과 북한 국정유고사태에 대한 입장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해 게시했다. 그는 국정원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일단 부인한 것을 놓고 “북한은 지금 국정운영의 리더십이 공백상태를 맞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북한은 신정체제이고 수령 영도체제이며 1인 전제정치의 술탄체제다. 그 나라의 1인자는 절대 통치자 김정은뿐인데, 김정은의 리더십은 지금 행방불명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위임통치를 경우는 ▲김 위원장이 통치 불능에 빠졌을 때 ▲쿠테타에 의해 실권했을 때 등 2가지 가능성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일찌기 전자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국민께 공표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런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완전한 후계승계를 한 것은 아니라는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선 “맞다고 본다”고 긍정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현재 코마상태에 빠져 있고 일어나지 못한 상태이나 완전히 생명이 멈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북한은) 그를 대신한 완벽한 후계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며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국정공백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리더십 공백을 김여정을 내세워 조금씩 보강해 나가려는 그런 상태”라고 했다.
이어 “이설주가 120일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은 것은 김정은의 건강이 그만큼 위독한 상태에 빠진 것이고 최룡해(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역시 막후에서 북한의 국정전반을 다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그는 아직 코마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확고한 후계자를 내세우기도 힘든 상태”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권력이양의 이유를 ‘9년 동안의 통치 스트레스 경감 차원’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선 “북한을 정확히 보고 있는 상황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 이사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4차 회담을 제의하고 나선 것도 궁극적으로는 김정은의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제스처였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단숨에 거절한 것을 보고 미국은 ‘아 김정은이 회담장에 걸어 들어올 수 없는 상태이고 마주 앉아 회담할 수 없는 상태구나’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정원은 같은 날 김 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북한을 위임통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부부장이 국정 전반에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며 “이것은 후계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권한이양의 이유에 대해선 “김 위원장이 그동안 9년을 통치하면서 통치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진 것 같다. 이를 줄이는 차원”이라며 “두번째로 정책실패 시 김 위원장에게 책임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보위원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북한은 이례적으로 경제실패를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 내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열고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기로 했다는 방침을 전하면서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 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됐던 국가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7차 당 대화에서 제시했던 기존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의 결과에 대해 “미진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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