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이 중·고등학교에 100% 지필 평가를 허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만에 학생·교직원 5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2학기 개학을 앞두고 학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자 내린 결정이다. 다수의 학교들이 지필 평가 반영비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돼 사교육 쏠림 현상과 학력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전날 서울 중·고등학교에 2학기 평가방식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라고 안내했다. 그동안 성적 산출시 수행평가 비율을 일정 수준 지키도록 했지만 2학기에는 이 비율을 0~100% 범위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등교수업이 원활하지 않으면 수행평가는 하지 않고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 평가만 치러도 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하면서 ‘감염병의 전국적 유행 등 국가 재난에 준하는 상황에서는 지필 평가 또는 수행평가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 ‘초등학교는 지필 및 수행 평가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1·2단계에서 대면·원격 수업이 병행되면 중·고교는 수행평가와 지필고사 가운데 1개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부산·대전 등 일부 교육청은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선제적으로 ‘학업성적 관리시행지침’을 개정했다. 기존 40% 수준이던 수행평가 의무 반영 비율을 올해 1학기에 20%로 낮춘 데 이어 2학기에는 기준을 아예 없앴다.
문제는 고등학교의 경우 100% 지필 평가를 선택하면 수시 전형 등에 중요한 과정 중심 평가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또 한두 차례 지필 평가로 성적이 결정되는 만큼 평가 부담을 키우고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 훈령이 개정됐어도 교육청 차원에서 의무 수행평가 반영 비중을 정해도 좋다는 답변을 받고 일선 학교 교무부장·수석교사 등을 상대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학교들은 교육청에 평가 방식을 자율화해달라고 요청했고 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였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수행평가 완전 미반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평가방식에 단서를 두면 학교 부담이 커진다고 봤다”며 “학교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평가방식을 수정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자율화해달라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지필 평가 반영 비중이 대폭 높아지면 학생들이 학원에 쏠리고 학력격차가 심각해질 수 있다. 또 지필 평가에 치중되면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세특)’ 등 대입 수험생이 학생부에 기재할 내용도 줄어든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100% 지필 평가를 선택할 경우 학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시험을 2회 이상 치르고 수행평가 미실시 과목은 별도의 세특 기재방안도 마련하라고 안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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