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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위기에도 영화는 관객과 만나야죠"

이화배 영화투자배급 전문가

"뉴노멀시대, 혁신적인 영화의 유통체계 나올 것"

"국내 극장배급 체계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해야"

'영화는 배급이다'(커뮤니케이션북스펴냄) 출간





“코로나 19의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에 영화계 전체가 큰 시련을 겪으며 도전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언컨택트로 인한 초연결 시대에 영화계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지난 20여년간 고속 압축 성장을 해 온 한국의 영화산업이 변화된 환경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영화는 배급이다(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를 쓴 영화 투자배급 전문가 이화배(사진) 씨는 “2조 5천억원 규모의 한국 영화계가 팬데믹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극장 개봉 중심의 전통적인 배급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통체계를 신속하게 개발해 다시 관객과 만나야 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20여년간 국내 영화계에서 투자배급 업무와 함께 성장한 그는 시네마서비스, 케이디미디어, 싸이더스 등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 전문가다. 그가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디딘 2000년대 초에는 CJ, 쇼박스, 롯데 등 대기업이 영화 사업에 뛰어들면서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시기였다. 할리우드 영화에 대적할만한 흥행작을 만들어낸 것도 이때였다.

2001년 7월 27일 여름 성수기 시장을 겨냥했던 ‘엽기적인 그녀(감독 곽재용)’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도 ‘엽기적인 그녀’를 개봉한 날을 잊지 못하는 그는 “이 작품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대적해 승리한 히트작”이라면서 “500만 관객몰이로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04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이 만들어지기 전 500만 관객은 지금의 1,000만 관객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면서 “1년 중 가장 큰 매출이 기대되는 여름 방학 시즌에 흥행의 보증수표와도 같았던 할리우드 영화 대신 우리 영화를 내 세운 것은 배급사 대표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라면서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케이디미디어, 싸이더스 등에서 영화관 배급은 물론 다양한 VOD 유통에 이르기까지 영화 배급의 A에서 Z까지 현장에서 익혔다. 싸이더스 영화사업본부장을 마지막으로 2017년 현장에서 잠시 멀어진 그는 배급이 영화를 산업으로 키워나가는 근간이라고 생각하고 전문가 양성에 나섰다. 국내에서 처음 영화 배급관련 학과를 신설한 추계예술대학교 영상비즈니스과에 출강, 영화진흥위원회 등 국내 영화계에서 영화 투자 및 배급 등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19의 팬데믹 국면은 영화 산업에 큰 숙제를 안겼다. 매출의 50%가 줄어든다는 비관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OTT 서비스(Over The Top Service: 네트워크를 통한 영상서비스) 강자로 자리잡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에 밀리는 국내 후발주자들이 아직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영화 유통체계를 다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화관이 문을 닫으면서 개봉을 포기하는 영화가 속출하는 가운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120억을 투자해서 제작한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은 지난 4월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대신 VOD로 관객과 만났다. 드림웍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감독: 월트 도른, 데이빗 P. 스미스)’ 역시 VOD로 극장 개봉을 대신했다. 기존 가격보다 비싼 2만 2,000원으로 가격을 책정해 디지털 공급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유튜브 등으로 다양한 영상콘텐츠가 무차별적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영화만큼 정교한 영상 콘텐츠는 찾기 어렵다. 비록 영화계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2년 정도가 지나면 회복 될 것”이라면서 “다만 멀티플렉스 극장이라는 오프라인과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더욱 과감한 배급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시장이 변한 만큼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고, 온라인 시장의 강자를 적대시하기 보다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배급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면서 “극장 중심으로 파이를 키웠던 지난 20년은 잊고 해외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개발·제작해 더 큰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의 성공은 배급이 좌우한다’고 믿는 그가 책을 쓴 것도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그는 “강의를 하려고 자료를 준비하는 데 우리나라 영화계를 총 정리해 놓은 책을 찾기가 어려웠다”면서 “영화에서 배급은 상품의 유통에 해당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영화의 투자배급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수하고자 한다”면서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 배급을 총 정리해 놓은 이 책은 국내 영화계의 역사와 현 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영화가 단순한 오락거리에 머물지 않고 스토리를 근간으로 한 융복합 산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영화 제작과 이를 위한 투자배급이 시급하다고 진단하는 그는 “BTS와 같은 스타가 글로벌 공연계에서 K팝의 가능성을 검증한 것처럼 우리 영화계도 세계 시장에 통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수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뮤지컬, 테마파크 등 2차 저작물을 동시에 개발하면서 영화를 영상콘텐츠로 그치지 않고 원소스멀티 유즈(OSMU)의 특징을 살려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면 우리 영화계는 분명 다시 살아날 것”이라면서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매력적인 산업이다. 투자배급 전문가의 경력을 바탕으로 향후 영화 기획과 제작 업무를 해 나갈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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