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하이난성에 위치한 유명 음료업체가 가족을 포기하고 회사에서 평생을 일할 것을 요구하는 ‘노예 고용’ 광고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이난성이 지난 6월 ‘자유무역항’으로 지정된 후 일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갑질’ 논란으로 중국 정부도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21일 중국청년망 등 중국 매체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료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3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예수(椰樹)그룹은 19일 40명을 채용해 매니저로 양성한다는 광고를 냈다. 조건은 두 가지로 △사익을 도모하지 않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포기하고 △예수그룹에 종신 근무하되 자신의 집을 담보물로 회사에 저당 잡히고 만약 회사를 떠난다면 그 집을 회사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이 회사는 집중 공격을 받았다.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한 이용자는 “이 회사는 직원이 아니라 노예를 찾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이 회사가 위치한 하이난성 정부가 곧바로 개입했다. 하이난성 인력자원부 관계자는 “예수그룹의 채용조건은 노동계약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중국정부는 6월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구직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예수그룹은 비난이 쏟아지자 20일 “당초 의도는 우수한 인재를 채용해 장기적 공동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였다”면서 “일부 조항이 노동법 규정을 위반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