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 부처들이 21일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한 일각의 방역 방해 행위에 대해 일제히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현행범 체포’와 ‘구속영장’까지 이례적으로 언급하며 “공권력이 살아 있음을 보이라”고 강력 지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악의적인 방역 활동 저해 행위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도록 하겠다”고 일갈했다.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도가 지나친 방역 방해 행위가 속출하자 문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 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의 기폭제가 된 사랑제일교회 측이 서울시의 교인 명단 조사에조차 불응하며 적반하장 식 태도를 보인 것이 이날 강경 대응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방역상황을 긴급 점검하면서 “필요할 경우에는 현행범 체포라든지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든지 이렇게 엄중한 법 집행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평소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친 문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공권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보여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서울시를 찾아 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서울시장이 부재한 서울시의 리더십 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서울의 방역이 무너지면 전국의 방역이 한꺼번에 무너진다고 말할 수 있다”며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독려했다.
아울러 “오늘 확진자 수가 300명이 넘었는데 이 300명이 900명이 되고 또 1,000명이 넘고 하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며 방역당국과 경찰 등에 보다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실제 청와대와 방역당국 안팎에서는 다음주까지 확진자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 이후 정부는 방역 활동을 악의적으로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기로 했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추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담화문에서 방역 활동 방해 행위를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범죄로 간주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추 장관은 방역 요원에게 침을 뱉고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 고의로 연락을 끊고 도주하는 행위, 조직적인 검사 거부 및 선동 등 방역 활동 저해 행위 일체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기도 포천에서는 광복절 광화문집회에 참석한 50대 부부가 “나 혼자 확진되는 게 억울하다”며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침을 뱉은 사건이 일어나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추 장관은 “최근 일부 사람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문턱에 이르렀다”며 “상황이 심각한데도 당국의 방역 활동을 방해하고 국가의 방역체계를 무력화시키는 행위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이에 따라 전국 고·지검과 지청의 코로나19 대응단에 방역 활동 저해 사범에 엄정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 권한대행에게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집회의 명단을 확보했느냐고 직접 묻기도 했다. 또 본격적인 발언을 하기에 앞서 “걱정이 매우 크다”면서 10초간 눈을 가늘게 뜬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가능성까지 내비친 가운데 주말까지 문 대통령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서 천주교 지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방역 상황이 더 악화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또 고용도 무너져서 국민들의 삶에서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는 이날부터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매일 오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코로나19 긴급대응회의를 개최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청와대 비서실은 비상근무 체계로 운영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방역 방해 행위에 전 경찰력을 동원하겠다”며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를 하고 배후까지 규명해 처벌하겠다”고 보고했다. /윤홍우·박준호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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