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동시다발로 확산하는 가운데 각 자치구의 신규 확진자 발생과 동선에 관한 정보 공개가 늦어지고 내용도 부실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지자체가 제공하는 정보가 도움이 안 된다며 이른바 ‘맘카페’ 등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고육지책을 선택하고도 있다.
22일 서울 각 자치구의 코로나19 관련 공지 내용을 보면 최근 신규 확진자 정보 공개가 발생 숫자 대비 수십 명씩 지연되는 현상이 여러 구에서 발생했다.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한 성북구는 전날 21일 오후 8시 기준 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누적 확진자 수는 190명이지만, 확진자 이동 동선 공개는 165번(17일 확진)까지만 이뤄졌다. 나흘분이 밀려 있는 셈이다.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파악된 이들에게는 관련 내용이 즉각 통보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동선 내 밀접 접촉자가 아닌 사람들 중엣도 감염이 확인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어 동선 공개 지연은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성북구는 20일 이승로 구청장 명의의 긴급 공지를 통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는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따라 해당 공간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는 상호, 주소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구민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해 좀 더 자세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파구도 21일 누적 확진자수가 177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성북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데 최근 코로나19 관련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파구청 홈페이지의 ‘확진자 이동 경로’ 페이지에는 108∼114번, 119∼150번, 155∼178번 등 60여명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이 거주하는 동 단위만 공개됐고, 방문한 장소 유형과 주소 등 내용에 관해서는 “현재 폐쇄회로(CC)TV 확인 등 세부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라고만 공지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확진자 정보 공개 관련 지침은 성별·연령·국적·거주지·직장명을 비공개하고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방문장소는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을 세부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자치구별로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일부 자치구들 중에는 최근 ‘방대본 지침’을 이유로 대며 동선 정보 공개를 거의 안 하고 있다. 일부 자치구는 역학조사가 진행중인 경우는 “CCTV 확인 등 심층 역학조사 진행 중입니다”라고, 역학조사가 끝난 경우는 “해당 공간 내 모든 접촉자 파악으로 비공개”라고만 공지해놨다.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은 사례는 끝나지 않았으니 비공개하고, 역학조사가 끝난 사례는 끝났기 때문에 비공개한다는 어긋난 논리다.
이런 황당한 ‘정보공개’ 행태를 접한 주민들은 지역 커뮤니티와 맘카페 게시판 등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또 다른 지자체들이 공개하는 정보를 취합하거나 주민들끼리 도는 소문을 공유하기도 한다. 한 자치구의 코로나19 정보 블로그에는 “보건소에서 일하는 분들의 고생이 큰 것은 알지만, 요즘 확진자 이동 경로를 하나도 안 밝히는 것 같아 너무 불안하다. 구청에서 확진자 발생 안내 문자를 보내지만, 확진자가 어디에 갔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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