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지난 18일부터 한미 양국 군은 ‘20-2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2일까지 1부 방어훈련을 실시했고 24~28일 2부 반격훈련이 실시된다. 과거 3주 정도 진행했던 훈련기간이 1주로 줄었고 실(實)병력 기동훈련도 없어져 훈련의 기간과 규모는 물론이고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 어떻게든 연합훈련을 계속하려는 한미 양국 군의 노력은 가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정부는 언제까지 이렇게 훈련을 축소해 실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고 북한도 얕봐서 도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훈련축소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양보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하노이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포기 의지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북한의 눈치만 살피면서 훈련을 축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키리졸브’ ‘독수리’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수년 동안 지속해오던 훈련의 명칭을 지난해에는 ‘동맹’으로 바꾸더니 올해에는 그 ‘동맹’이라는 글자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한미’라는 용어를 삭제한 채 ‘연합지휘소연습’이라고 부르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 군이 훈련명칭도 정하지 못하는 ‘홍길동전’ 군대가 됐는가. 애써 구성해둔 우리의 축구대표팀이 형식적 훈련만 하고 있다면 정부는 물론 언론과 국민들이 격노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국방의 핵심인 한미연합군이 훈련을 못해 안달하는데 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가.
현 정부는 ‘자주’를 강조하지만 자주의 요체는 우리 스스로가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제와 유사시 전쟁승리를 보장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한국 군의 자체적인 전쟁대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동맹국인 미국의 전력도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자주적이라면 이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연합훈련을 증대시킬 것을 요청해야 하고 한미 연합사령관에게 훈련 규모의 확대 방안을 건의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한미 양국 군의 모토인 ‘오늘 밤이라도 싸워서 이긴다(Fight Tonight)’를 보장할 수 있도록 고도의 훈련 수준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감독해야 한다. 현재처럼 훈련을 계속 축소시킬 경우 한미 양국 군은 ‘Fight Tonight’은커녕 ‘다음주에 싸운다(Fight Next Week)’ ‘다음달 싸운다(Fight Next Month)’의 군대가 될 것이다.
정부에 요구한다. 올해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성과가 없으면 내년부터는 훈련의 강도를 높이는 방향을 결정하라.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역량을 계속 증강하는데 우리만 기약 없이 훈련을 약화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북한에 알려야 비핵화에 협조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한반도의 전쟁억제와 승리를 위해서는 미 본토에서 증원군이 곧바로 전개해오는 것이 결정적인데 이를 보장하기 위한 과정을 충분히 익혀두지 않을 경우 유사시 적시적인 증원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군의 기습공격에 맥없이 당할 수 있다.
‘국민주권연대’라는 시민단체는 한미 양국 군이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자 이로 인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면서 회원들에게 ‘전쟁대비 비상지침’을 하달했다고 한다. 생수·쌀·라면·김치 등 3일치 생존 물품을 확보하고, 핵전쟁에 대비한 지하대피소를 알아두고, 비상연락방법도 확보하라는 등의 구체적 행동방침을 하달했다. 이들이 진정 국민의 주권을 강조한다면 우리 군에 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대신 남한의 방어적 훈련을 핑계로 도발하려는 북한을 비난해야 한다. 피란을 준비하는 대신에 총을 들고 맞서 싸워서 국가를 지키려는 결의를 보여야 한다. 다만, 이들의 전쟁 대비 노력을 가상하게 생각하면서 얼마나 정부와 군이 미덥지 못하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노력을 강조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제발 정부는 북한의 눈치만 보지 말고 북핵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라.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신성한 사명에 더욱 진력하라.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안심하도록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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