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로 취임 한달을 맞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을 면담한 사실을 알리면서 “최근 제 마음도 많이 급하고 답답하다”는 내용을 첫머리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남북 관계가 좀체 변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첫 ‘노둣돌 사업’인 ‘작은 교역’조차 여의치 않게 되자 이에 대한 부담감을 강조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장관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그 전날 오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 면담 과정에서 자신이 발언한 내용 일부를 게시했다. 이 장관은 당시 서울 통일부 청사에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김학권 재영솔루텍 대표, 한재권 서도 대표,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 등을 만나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이 장관이 요약한 발언의 첫 부분이었다. 이 장관은 다른 발언을 모두 제치고 “최근 제 마음도 많이 급하고 답답합니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그 뒤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교류, 작은 협력에서부터 출발하려 합니다. 작은 교류, 작은 협력부터 출발하지만 실타래가 풀리고 조금씩 풀어나가기 시작하면 결국 남북경협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북·미 간의 관계가 우선되는 것 같아도 결국은 남북의 시간이 다시 올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동의도 지혜롭게 끌어내고 그런 과정을 통해 경협 국면이 본격화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사실 이 장관의 이 발언은 당시 언론에 공개된 발언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나온 내용이었다. 이 장관은 실제 현장에서 이보다 먼저 발언한 내용들은 페이스북 상에서는 뒤로 미뤘다.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이 함께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고 한반도의 평화 경제를 선도했던 역사적 가치, 그리고 거기에 참여했던 기업인들의 자긍심이 절대로 훼손되지 않도록 반드시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겠습니다.” “개성공단 기업인 분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공동 번영을 이루어 가기 위해 같이 걸어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서로 소통하고 격려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같이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등의 내용이 글 후반부에 배치됐다.
이 장관은 취임 초부터 각종 대북 지원 사업을 속전속결로 승인하며 북한의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취임한 지 한 달이 다 된 지금까지 북미, 남북관계엔 별 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특히 그가 취임과 동시에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남북 물물교환 방식의 교류도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며 난관에 빠졌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통일부가 최근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인 국내 민간단체의 ‘작은 교역’ 대상이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대상이라고 확인했다. 남측의 설탕과 북측의 개성고려인삼술·들쭉술을 교환하는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의 사업이다. 이 장관은 취임 전부터 북측의 금강산·백두산 물, 대동강 술을 남측의 쌀, 약품과 맞바꾸는 방안을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를 돌파할 ‘상상력’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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