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4일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한 한국 외교관의 동성 성추행 논란과 관련 국민들께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진행된 화상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며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이번 성비위 사건을 그만큼 중대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해당 사건과 관련 청와대의 조사결과를 공개석상에서 공개했다. 강 장관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 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이첩받았다”며 “외교부는 이를 검토하여 신속히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앞서 청와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외교부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직접 감찰을 진행한 뒤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 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 대응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외교관 A씨에 대한 재조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외교부는 지난 2019년 2월 자체 조사를 통해 A씨에게 감봉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린 만큼 ‘일사부재리’ 원칙을 들어 재조사에 대해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외교부의 대응을 문제 삼고 강 장관이 적정한 조치를 언급한 만큼 A씨에 대한 재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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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강 장관은 “향후 외교부는 성비 사안에 대해서는 발생시기와 상관 없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며, 관련 조항의 보완 및 내부 교육의 강화를 지시하였고, 본 사건이 공정히 해결될 수 있도록 뉴질랜드 측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며 성 비위 사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부 간부들과 공관장들이 더욱 더 유의해 행실에 있어서 모범을 보이고, 직원들을 지도·관리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중 뉴질랜드 국적의 남자 직원의 엉덩이와 가슴 등 신체 부위를 3회 만졌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외교부는 피해자로부터 제보를 받은 뒤 A씨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고 2018년 하반기 대사관 감사과정을 통해 해당 사건을 자체 감찰했다. 이듬해인 2019년 2월 외교부는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후 뉴질랜드 측에서 성추행 문제를 다시 공론화하면서 외교부는 지난 3일 A씨를 근무지인 필리핀에서 귀임 지시 한 바 있다. 현재 A씨는 지난 17일 귀국 후 자가격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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