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발적으로 댓글이나 검색어를 조작하면서도 여론 조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깨시민의 힘’을 보여주는 시민 참여라고 생각하잖아요.(강양구 TBS 과학 전문 기자)”
“팬덤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순간, 정권에 대한 건설적 비판마저 봉쇄하는 친위대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지금 보수집단 내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실상 586정치엘리트가 새로운 보수 세력이 된 거예요.(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어느 순간부터 큰 뭉칫돈들의 흐름이 바뀝니다. 건설 토건에서 신성장 동력사업 부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뭉칫돈을 움직일 만한 네트워크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586세대인 것 같습니다.(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금융자본의 핵심은 사모펀드인데, 조국 사태는 사모펀드 플레이어들의 실체를 들여다볼 좋은 케이스 스터디 소재입니다.(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조국 사태’를 돌아보는 또 한 권의 책이 오는 25일 출간된다.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교수·전문가·언론인들이 공동 집필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 펴냄)다. 이달 초 먼저 출간 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 펴냄)’이 조국 지지자들의 입장을 대변한 조국백서라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반대편의 입장을 내놓은 반(反)조국백서라 할 수 있다.
책의 공동 집필자는 강양구 미디어 전문 재단 TBS 과학 전문 기자,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5명이다.
출판사가 내놓은 신간 안내 자료에 따르면 책은 대담 형식을 통해 조국사태를 통해 드러난 정치·사회·경제적 변화를 짚었다. 이들의 대담은 연초부터 추진돼 지난 7월까지 7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공동 집필자가 돌아가면서 사회를 맡고, 이들 중 두 명이 대담을 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7번의 대담이 진행된 만큼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 3장까지는 미디어와 지식인 그리고 팬덤 정치를 다룬다. 강양구, 진중권, 서민이 대담에 참여했고, 2019년 8월 조국사태를 통해 드러난 정치인과 미디어, 여론의 역할과 세력 다툼 등에 대한 의견을 상호 교환한다. 이들은 “청와대, 여당, 행정부는 물론 유사 매체와 어용 관변 세력까지 총동원하여 벌어진 이 상황에서 확인한 것은 ‘우리가 선출된 권력이니 우리 뜻대로 하는 것이 촛불 정신’이라는 논리였다”며 “미래 사회의 비전에 대한 토론과 합의는커녕 ‘청와대냐 검찰이냐’는 선택을 강요하고, 정의와 상식의 기준 자체를 바꿔버리는 언어도단과 ‘비상식의 상식화를 체험했다”고 비판했다.
4장과 5장의 주제는 ‘금융자본과 사모펀드’다. 신자유주의, 금융시장, 사모펀드, 돈의 흐름, 무자본 인수합병(M&A), 주식 등의 경제 분야와 횡령과 세탁, 주가 조작, 자본시장법, 공직자윤리법, 백지신탁의무 등 법리 영역까지 살폈다. 김경율은 “민정수석은 정보를 취급하는 곳인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모펀드가 투자하기 좋은 기업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고, 권경애는 “공직자윤리법은 다양한 자본시장의 등장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낡은 규정들이 많다. 특히 사모펀드의 규제는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6장과 7장은 ‘586정치엘리트와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을 주제로 삼았다. 공동 집필자 5인이 모두 대담에 참여했다. 일종의 종합 토론 성격이다. 이들은 한때 진보의 주축이었던 586세대가 이제 새로운 보수 세력이 됐다고 진단했다.
서민은 “사회를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기존 권력자들보다 더 부패하면 말이 안 된다”며 “그런데 이번 정권이 진보의 이미지를 완전히 망쳐놨다”고 주장했다. 또 권경애는 “원한 감정과 피해 의식 속에서 기득권 유지, 정권 유지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꿈이 사라져 버렸다”고 비판했다.
"소외당한 이웃 위한 진보 세력 필요하다" |
또 진중권은 “진보가 앞으로는 좀 더 급진적이었으면 좋겠다”며 “제대로 된 ‘진보’라면 우리 사회의 고통의 근원, 그 뿌리로 들어가 그것을 드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40쪽. 1만7,8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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