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 만에 300명 아래로 내려갔지만 급증 추세가 꺾였다는 판단은 이르다는 분석이다. 진단검사가 주말을 맞아 다소 줄어든데다 비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코로나19 감염이 우리 목전까지 다가왔다”며 “누구도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사랑제일교회에 이어 광화문 집회발 확진자들에 의한 n차 감염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향후 2~3일 사이 사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66명이다. 전날 신규 확진자가 400명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주말과 선별진료소 의료진 파업으로 진단검사 건수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22일 2만1,677건이 진행됐던 진단검사는 23일 1만5,386건에서 이날 1만3,236건으로 다소 줄었다. 정 본부장 역시 “주말을 지나고 월요일이나 화요일 등 주 초반에는 환자 수가 조금 감소하는 경향이 과거에도 있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코로나19가 n차 감염을 일으키며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등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지난 광복절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했던 집회와 관련해서 40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17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서울과 경기·인천 내 확진자가 108명이며 비수도권 확진자는 68명이다. 전체 확진자 중 40%가량이 비수도권에서 발생했다. 특히 평택에서는 앞서 광화문 광복절 집회에 다녀와 22일 확진된 조부모를 통해 초등학생이 감염되고 수원에는 집회에 다녀온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지인에게 감염돼 유치원생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 4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전국 각지에서 광화문 집회 참가 관련 n차 전파자가 속출하고 있다. 아울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광복절에 서울 도심에서 개최한 집회와 관련해서도 참가자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 본부장은 “해당 확진자의 동선과 감염경로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역시 34명이 추가 확진돼 875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사랑제일교회 관련 n차 전파자는 115명이며 발생 장소는 21개소다. 감염이 일어난 지역도 수도권을 벗어나 충남과 대구 등으로 넓어졌다. 방역당국은 n차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재 총 186개 장소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 관악구 무한그룹 관련 확진자는 전남 순천 홈플러스 푸드코트까지 번져 전남에서만 1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외에 경기에서 7명, 인천에서 2명, 부산에서 1명의 관련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서울에서는 아무도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무한그룹의 성격에 대해 “암호화폐 관련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내용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 충남 천안 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 관련해서도 22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접촉자 조사 과정에서 9명이 추가 확진돼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가 1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2주간 감염경로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른바 ‘깜깜이’ 환자는 총 470명으로 신규 확진자의 15.5%에 달했다. 깜깜이 비율은 이달 초 6%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22일에는 20%를 넘기도 했다.
새로 발생하는 집단감염도 2주간 급증했다. 7월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2주간 신규로 발생한 집단감염은 9건이었는데 최근 2주 사이에는 3배 이상 늘어난 30건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비중(35.9%→25.2%)은 감소하고 60대 이상의 비중은(20.7%→31.7%) 증가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취약한 고위험군인 만큼 위중증환자의 폭증과 이로 인한 사망자의 증가까지 우려된다.
대한감염학회 등 9개 학회는 이에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촉구했다. 9개 학회는 이날 ‘코로나19 급증에 따른 전문학술단체 성명서’를 통해 “이번 유행은 이전에 우리가 경험해온 것과 다른 규모의 피해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이에 대해 “3단계 격상에 대한 필요성과 시기에 대해서는 매일매일 검토하고 있다”며 “위험도에 대한 평가와 3단계 조치 시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 말도 굉장히 중요했지만 다음주까지는 현재의 유행이 대유행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억제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면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거리두기 준수를 당부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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