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한국 외교관이 현지인 남성 직원을 성추행한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가 “외교부의 대응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지적이 있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결국 침묵을 깨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강 장관은 24일 외교부 실국장회의에서 “2017년 말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비위 사건이 지난 7월28일 정상통화 때 제기돼 우리 정부에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 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의 대응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이첩받았다”며 “외교부는 이를 검토해 신속히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특히 “앞으로 성비위 사안에 대해서는 발생시기와 상관없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며 관련 조항의 보완, 내부 교육 강화를 지시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공정히’ 해결될 수 있도록 뉴질랜드 측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부 간부들과 공관장들이 더욱더 유의해 행실에 모범을 보이고 직원들을 지도·관리해나가라”고 당부했다.
외교관 A씨는 2017년 말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며 세 차례에 걸쳐 현지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성추행 의도가 없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최근까지 필리핀 내 공관에서 근무하다가 이달 17일 보직 없이 본부 근무 발령을 받고 귀국했다.
해당 피해자는 한국 외교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외교부는 자체 감사를 통해 2019년 2월 A씨에 대해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피해자는 2019년 10월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하는 등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사건은 급기야 지난달 28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정상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언급하는 외교 갈등으로 번졌다.
외교부는 피해자 요청에 따라 올해 초부터 약 4개월간 중재 협의를 진행했다. 중재 협의는 뉴질랜드 법에 따라 고용주인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과 고용인인 피해자 간에 진행됐다. 하지만 피해자의 위자료 요구 등에 대한 입장 차가 커 중재는 결국 결렬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이달 초 피해자로부터 중재 재개 요청이 있었다”며 “재개 여부를 담당 부서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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