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온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코로나19 백신 긴급승인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르면 오는 9월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고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파우치 소장은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효능을 확인하기 전에, 백신의 긴급사용이 승인되는 것을 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성급하게 내보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중 하나는, 다른 잠재적 백신들의 임상시험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백신이 승인을 받으면 환자가 다른 후보 백신의 임상에는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우치 소장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실히 확인한 이후 긴급사용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9월 말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파우치 소장의 발언은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긴급사용 승인 시점으로 거론된 9월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11월보다 앞선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의식해 백신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파우치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이 코로나19 감염·사망자 규모에서 1위로 올라서고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대응 논란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파우치 소장 사이의 불화설도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해 “검사를 늘린 결과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지만 99%는 완전히 무해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 파우치 소장은 “명백히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 바 있다. 또 마스크 착용에 미온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의학적으로 생각하라”며 일침을 놓았다.
지난달 15일 파우치 소장은 백악관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난 자신의 발언을 모아 언론에 제공한 것 등에 대해 “다소 기이한 일”이라며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무엇이 맞고 잘못됐는지에 대한 정직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대화에 참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라며 자신을 비난하는 백악관의 행태가 잘못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파우치 소장과 아주 좋은 관계”라며 불화설을 일축했지만, 정작 자신도 지난달 9일 인터뷰에서 파우치 소장에 대해 “좋은 사람이지만 많은 잘못을 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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