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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나발니 몸에서 살충제 성분 발견…러시아 "사실 아냐"

나발니 치료 중인 獨 병원 "독성 물질에 중독된듯"

독일 등 EU 지도자들은 러시아에 진상조사 촉구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며 중독설 극구 부인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AP연합뉴스




차를 마신 뒤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체내에서 살충제에 사용되는 성분이 발견됐다. 변호사 출신의 정치 활동가인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독재를 강하게 비판해 온 대표적인 반(反)푸틴 인사다.

24일(현지시간) 나발니를 치료하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병원은 트윗을 통해 “나발니가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계열의 독성 물질에 중독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나발니의 건강 상태는 매우 안 좋지만 지금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병원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에 중독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가수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제제로, 신경작용제와 살충제를 포함한 다양한 약품에 사용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무기화학을 전공한 안드레아 셀라 교수는 이날 미국 CNN 방송에 “일부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살충제보다 훨씬 더 유독해 노비촉과 사린가스, VX 같은 군사 목적의 화학무기에도 두루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약물에 중독될 경우 심각한 근육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에 나발니 사건을 투명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AP연합뉴스


병원 측의 발표 후 유럽의 지도자들은 러시아가 하루 빨리 진상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과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투명하게 조사해 가해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으라고 러시아에 요구했다. 유럽연합(EU)의 조셉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역시 이날 “EU는 나발니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한 이번 사건을 강하게 우려한다”며 “러시아 국민과 국제 사회는 이번 사건의 실체를 알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나발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받을 것”이라며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 당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나발니가 처음 입원했던 러시아의 시베리아 옴스크 구급병원의 알렉산드르 사바예프 독극물과 과장은 이날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발니는 마약과 합성물질·환각제·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등의 약물에 대한 다양한 검사를 받았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나발니에게선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그룹에 속하는 물질 중독에 특징적인 임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나발니 협진에 참여했던 모스크바 피로고프 센터의 보리스 티플리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도 “(러시아 병원에서도) 나발니의 중독설을 검토했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 나발니에게서 나타났다는 증상은 다른 의약품을 복용했거나 특정 질병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일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나발니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중 가장 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 수를 보유해 젊은 층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다. 그는 지난 20일 오전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나발니가 탑승한 항공기는 시베리아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고 그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러시아에서 치료 받던 나발니는 독일의 시민단체 ‘시네마평화재단’이 보낸 항공편으로 지난 22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나발니의 측근들은 그가 공항 카페에서 마신 차 한잔에 독극물이 들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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