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편. 지난 2017년 10월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미디어그룹 에이앤이 네트웍스(A+E Networks, 이하 에이앤이)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선보인 콘텐츠 수다. 김종민의 ‘뇌피셜’을 비롯해 최근 BBQ 치킨 가격 할인을 성사시켜 화제가 된 황광희의 ‘네고왕’ 등 수많은 화제의 웹예능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올해는 첫 드라마 제작투자 작품인 ‘편의점 샛별이’를 선보여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 서울 중학동에서 만난 소영선 에이앤이 코리아 대표는 “웹예능으로 시작해 한국 콘텐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까지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처음 진출할 때 목표한 것들을 다 이뤄낸 것 같다”며 “지금까지 기초 공사를 다졌다면 앞으로는 명확한 색깔을 가지고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에이앤이를 공격적으로 이끌고 있는 소 대표는 트위터 코리아와 BBC 월드와이드 코리아 대표를 지내며 남다른 내공을 쌓았다. 그는 “공영방송 BBC가 가진 큰 비전과 비즈니스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빠른 성장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던 테크회사 트위터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그런 배경을 토대로 처음 진출 당시부터 디지털 전략을 짜고 웹예능을 적극적으로 제작하는 디지털 스튜디오를 함께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에이앤이 미국 본사도 TV 채널과 유튜브 채널 운영부터 드라마 제작 투자까지 골고루 성장시키고 있는 한국 지사가 새로운 미디어 비즈니스 방향을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소 대표는 “미국 본사는 한국이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잘 갖추고 성장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한류 콘텐츠가 얼마나 큰 팬덤을 만들 수 있는지 알고 있는 만큼 한국 비즈니스를 미래 성장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첫 진출 당시와 비교하면 본사가 한국 콘텐츠 제작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3배가량 증가했다.
에이앤이는 기존 콘텐츠 기업들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추구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방송사, 제작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콘텐츠 업체와 협력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에이앤이가 국내에 보유한 케이블 채널인 히스토리채널과 라이프타임이 각각 JTBC, SBS미디어넷과 손잡고 ‘양식의 양식’과 ‘홈데렐라’ 등의 프로그램을 공동제작해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판을 키우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국에서 잘 만든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해 미국 본사를 통한 리메이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에이앤이의 강점으로 꼽힌다.
웹예능으로 기반을 다진 에이앤이가 한국 진출 3년 만에 처음으로 제작 투자한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가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앞으로 에이앤이는 드라마 제작 투자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반의 세계 최대 OTT 플랫폼 아이치이(iQIYI)를 통해 공개된 ‘편의점 샛별이’는 아시아 주요 국가(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폴,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서 드라마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올 상반기 아이치이에서 방영된 30편의 한국드라마 중에서도 1위에 올랐다.
순조로운 첫 단추에 힘입어 올해 말에는 새 드라마 ‘드라마월드’도 선보인다. 소 대표는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의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한국 드라마에 제작 투자해 작품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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