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7시 서울 강남의 한 ‘24시 곱창·찌개 전문점’. 지난해 이맘때면 한창 손님들로 북적일 시간이지만 가게 안에 있는 10개의 테이블 중 주인을 찾은 것은 단 2개에 불과했다. 최근 서울에서 재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이다. 이날 가게가 벌어들인 매출은 총 31만원. 전기료와 수도료·월세·인건비 등을 빼면 사실상 남는 게 거의 없다. 4월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도 24시간 영업을 고수했지만 이달 들어 서울 내 확진자가 급증한 뒤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며칠 전부터 밤11시에 가게 문을 닫고 있다. 가게 사장 A씨는 “한 달에 나가는 돈만 수백만원인데 코로나19로 손님이 없다시피 해 결국 직원도 한 명 줄였다”며 한숨 쉬었다.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확산하면서 어두운 밤거리를 밝히던 24시간 영업 음식점들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외식을 꺼리고 귀가를 서두르는 시민들이 늘면서 24시간 전문식당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의 심야 운영시간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매상 악화를 못 이긴 일부 식당들은 스스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실정이다.
25일 서울경제 취재진이 영등포구와 강남구 등 서울 일대 번화가에서 ‘24시간 영업’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는 식당들을 둘러본 결과 상당수 식당이 자정 이후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에서 쌀국숫집을 운영하는 B씨는 5월부터 24시간이던 영업시간을 오전10시부터 밤10시까지로 절반이나 줄였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자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인건비 등 운영비을 한 푼이라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다. 실제 이 가게는 지난해만 해도 피크타임인 오후6~8시에는 20개 테이블이 손님들로 가득 찼지만 최근에는 2~3개밖에 자리가 차지 않는다.
강남의 한 무한리필 소고깃집은 이미 4월부터 24시간 운영에서 오후3시부터 다음날 오전5시로 영업시간을 바꿨다. 인근의 한 ‘24시 감자탕집’도 이달부터 오전10시부터 자정까지로 영업시간을 변경했고 근처 ‘24시 치킨집’도 자정이 되면 문을 닫는다. 영등포역 인근의 24시간 전문식당 상당수도 자정 전에 가게 셔터를 내리고 있다.
상인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현행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최근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만약 3단계가 현실화할 경우 카페와 음식점 등 중위험시설로 분류된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마포구 공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1)씨는 “그나마 ‘테이크아웃’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영업 자체를 못하게 되면 더 이상 갈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당구장 업주는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10분의1로 줄었다”며 “영업을 못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원칙적으로 카페와 당구장, 실내 헬스장, 300인 미만 학원, 놀이공원, 영화관 등의 중위험시설 운영이 중단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9%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3단계 격상 시 막대한 피해를 볼 생계형 자영업자와 소규모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진혁·김태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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