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이 슬금슬금 찾아오면 오토바이 시동을 건다. 가야 할 길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일단 운동화 끈을 꽉 묶는다. 인생이 복잡하게 흔들린다 싶으면 요동치는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아본다.
집 밖에서 남다른 취미 활동을 당당하게 즐기며 몸과 마음의 활력을 얻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낸 여성 에세이가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우울과 불안이 수시로 일상을 파고 드는 시대, 적극적으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찾으려는 시도가 독자들의 삶을 자극한다.
‘그동안 뭐하고 살았지, 바이크도 안타고(유주희 지음, 팜파스 펴냄)’의 저자는 자신을 40대 직장인 비혼 라이더라고 소개한다. 무던한 성격에 무난한 직장, 동거하는 고양이의 애교 덕에 크게 불만 없는 삶을 살지만 공허함을 느끼는 날이 점점 늘면서 마음도 자꾸 위축돼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오토바이가 눈에 들어왔다. ‘번갯불에 콩 볶듯이’ 바이크 면허를 따고 밖으로 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는 한번 맛 들인 홀가분한 라이딩의 유혹을 가로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책은 먼저 바이크를 안전하게 타는 법부터 알려준다. 이어 운전을 제대로 배우는 법, 주행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할 매너도 소개한다. 저자가 신나게 달렸던 국내외 주요 명소에 대한 추억도 전한다. 저자는 “어느덧 바이크는 내 정체성의 일부이자 일상이 됐다”며 “바이크 배기음은 언제든 내 고개를 돌리게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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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중이야(안정은 지음, 서랍의 날씨 펴냄)’는 7번의 퇴사 끝에 스스로 인생 실패자라고 낙인 찍었다가 달리기를 통해 다시 일어나고, 이제는 달리기의 즐거움을 설파하는 러닝 전도사가 쓴 책이다. 달리기를 통해 러닝 코치, 리더십 센터 전문 강사로 변신한 저자는 “인생이 고통스러울 때마다 달렸을 뿐인데 달리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났다”며 “달리다 보니 풀코스 마라톤을 9회 완주하고, 250㎞ 사막 마라톤, 철인 3종도 완주했다”고 한다.
저자는 인생을 달리기에 빗댄 메시지도 전한다. 취업준비생에게는 “오버페이스를 하면 낙오하기 쉽다. 10㎞도 달릴 수 있지만 5㎞도 가지 못해 무너지고 만다”고, 사회초년생에게는 “수많은 피니시라인을 지나도 언제든 다시 스타트 라인에 서야 하는 게 인생”이라고 말한다.
‘난생 처음 서핑(김민영 지음, 티라미수 더북)’은 서핑을 취미로 즐기는 저자가 파도타기의 매력을 설파하면서 우리 인생 역시 파도타기와 같다고 말하는 책이다. 서퍼들은 파도 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를 ‘장판’이라고 부르는데, 잔잔해서 좋다고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파도가 없으면 서핑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주야장천 파도에 시달려도 언젠가 한번은 그 파도가 우리를 밀어주는 순간이 오듯이, 인생의 바다에서 일어났다 주저앉길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다. 저자는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실패가 두려워서 바다로 나가기를 주저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실패가 아닐까.”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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