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논란으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에서 영구 제명된 프랑스의 원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아카데미를 상대로 제명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고등법원은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의 폴란스키 제명 결정은 정당하게 이뤄졌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USA 투데이와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이 보도했다.
지난 2018년 아카데미는 각종 성범죄 의혹이 불거진 폴란스키의 회원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이에 폴란스키는 지난해 아카데미가 공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자신을 제명했으며, 제명에 앞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메리 스트로벨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아카데미가 폴란스키에게 사전 경고를 줄 수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이사회가 공정한 심리를 진행했다고 판결했다. 스트로벨 판사는 “아카데미의 제명 결정은 (성범죄) 증거에 따른 것”이라며 “자의적이지 않았고 재량권을 남용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폴란스키의 변호사인 할랜드 브라운은 항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카데미는 성명을 통해 “폴란스키에 대한 아카데미의 절차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란 것을 법원이 확인한 것으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폴란스키는 영화배우 잭 니컬슨의 LA 집에서 사진 촬영 작업을 하던 중 모델인 13살 소녀를 강간한 혐의를 인정, 재판을 받던 1978년 해외로 도피했다. 그는 당시 판사가 장기 징역형을 선고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게 돼 도망쳤다가 말했다. 이후 그는 프랑스와 스위스, 폴란드 등에 머무르며 미국 땅에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유럽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는 2002년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체포될 것을 우려해 시상식에도 불참했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