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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은 중국에 준비돼 있다”는 미 국방의 경고, 동맹에 대한 청구서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에스퍼 장관 WSJ에 기고

마크 에스퍼 장관이 강력한 대중 경고장을 보냈다. 군사적으로 섣부르게 움직이지 마라는 얘기다. /EPA연합뉴스




“펜타곤은 중국에 준비가 돼 있다(The Pentagon Is Prepared for China)”

섬뜩한 경고입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25일(현지시간)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한 기고문의 제목인데요. 부제목은 인민해방군은 베이징 공산당의 목표에 봉사하며 미국과 동맹국은 모든 방면에서 중국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겁니다. 속된 말로 까불지 마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에스퍼 장관의 얘기에는 대중 경고 외에 숨은 뜻도 있습니다. 이 부분도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인민해방군은 국가가 아닌 공산당 이익에 봉사
우선 에스퍼 장관은 인민해방군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군처럼 헌법이나 국가에 봉사하지 않는다”며 “공산당에 속해 있으며 공산당에 봉사한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즉 인민해방군은 중국 인민을 위한 군대가 아닌 공산당과 핵심 지도층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얘기죠.

그러면서 인민해방군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에스퍼 장관은 “시진핑 총서기가 8월1일 인민해방군 93주년 기념식에서 인민해방군이 세계적 수준의 군대로 탈바꿈해야 하며 공산당의 아젠다를 중국 해안가를 넘어 더 멀리 퍼뜨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는 우리의 자유와 열린 국제질서와 베이징이 추구하는 권위주의적 시스템 사이의 새로운 국제경쟁 시대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민해방군은 공공연히 2035년까지 현대화를 마치고 2049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군대가 되겠다고 한다”며 “포괄적인 현대화 계획에는 사이버와 우주, 전자전 능력과 함께 재래식 미사일 같은 강력한 무기가 포함돼 있다”고 했는데요.

남중국해에서 USS 로널드 레이건호와 USS 니미츠호가 함께 항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제 미국의 훈계가 시작됩니다. 에스퍼 장관은 미국은 전통적 능력과 함께 초음속 무기와 5세대(5G) 통신, 통합 항공·미사일 방위, 인공지능 같은 게임 체인징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수십 년 간 미국의 우월성을 유지해줄 중요한 기술이라는 것이지요.

또 동맹과의 협력 강화와 확대는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미국의 강점이라는 점을 재차 언급했습니다. 지난달 호주와 앞으로 10년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국방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성명서에 사인을 했고 호주·일본과 정보공유와 각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했는데요. 중국이 베트남 어선을 침몰시키고 말레이시아의 석유와 가스개발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도 언급함으로써 이들 국가와 손을 잡겠다는 점도 시사했습니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국가들이 중국에 대항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는 3억9,400만달러 규모의 해양안보 지원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혼자서는 못해 동맹의 공정한 분담필요...인민해방군과 관계도 재검토하라
여기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에스퍼 장관은 동맹에 대한 요구를 꺼냅니다. 그는 “중국에 맞서 동맹국들과 함께 하면서 모든 국가의 주권을 지지하고 안정과 번영을 가져온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시스템을 지키려는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은 이 부담을 혼자 짊어질 수 없으며 우리는 동맹국들에 진정한 동반자로서 공정하게 분담해줄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반전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얘기가 될 수 있겠지요. 지금까지 미국이 자유무역질서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중국의 발호를 막을 테니 돈을 내라는 얘기입니다.

에스퍼 장관은 한 발 더 나갑니다. 그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공동이익을 위해 중국에 대한 정책을 조정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요. 뉴질랜드와 영국의 중국산 5G 금지 결정을 예로 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다른 나라들도 하지 마라는 뜻이죠. 이어 “모든 국가들이 인민해방군과의 관계를 재검토해 (자신이) 공산당의 의제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했는데요. 이쯤 되면 중국에 대한 경고인지 동맹에 대한 경고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더 불안합니다. 당장 방위비 분담을 더 하라고 하면서 중국과의 첨단기술 협력을 하지 말고 줄을 확실히 서라는 얘기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이 기고문에 일본과 호주,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거론되지만 우리나라는 빠져 있습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호텔 테라스에서 악수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최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부산을 방문했습니다. 에스퍼 장관의 말마 따나 인민해방군은 공산당의 뜻을 위해 봉사합니다. 에스퍼 장관이 이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강력한 군사력 과시 △중국에 대한 경고 △동맹의 의무 강조 등은 우리나라의 입지를 갈수록 좁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1단계 무역합의를 유지하고 “중국은 냉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미국에 꼬리를 내리지만 정작 우리나라 같은 주변국에는 힘을 과시합니다. 스스로도 미국과의 싸움은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가운데 낀 우리나라만 골치가 아픕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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