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요리 방송)’에 이어 ‘집방(집을 주제로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부동산과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의 의미를 재해석한 ‘집방’ 예능이 늘고 있다. MBC ‘구해줘! 홈즈’를 비롯해 SBS FiL ‘홈데렐라’, tvN ‘바퀴달린 집’, ‘신박한 정리’, SBS ‘나의 판타집’ 등이 새로운 ‘집방’ 트랜드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지난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MBC ‘구해줘! 홈즈’의 인기는 단연 독보적이다. 높은 화제성은 물론 시청률도 평균 7~8%대를 기록하며 ‘집방’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았다. ‘구해줘! 홈즈’는 실구매자인 시청자의 의뢰를 받고, 연예인들이 발품을 팔아 현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준다. 프로그램이 공인중개사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복팀과 덕팀으로 나뉜 스타들이 의뢰인을 살 집을 직접 찾아준다는 프로그램 내 설정은 신선하다는 평을 받는다. 합리적인 가격에 의외로 좋은 집을 구할 수 있고, 다양한 집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 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대놓고 부동산 PPL을 한다거나, 온라인 복덕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구해줘! 홈즈’가 경제적 여건과 현실적 요구에 맞는 집을 찾아준다면, SBS ‘나의 판타집’은 한 개인에게만 특화된 집을 보여준다. ‘나의 판타집’은 출연진이 꿈에 그리던 집에 실제로 살아보는 국내 최초 거주감 체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제작을 맡은 이큰별 PD는 “인생에서 가장 큰 선택 중 하나인 집도 살아보고 나서 판단할 수는 없는 걸까?”란 의문에서 ‘나의 판타집’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기획 의도처럼 지난 방송에선 양동근, 허영지, 이승윤 세 사람의 로망이 담긴 집과 이들의 체험기가 공개됐다. 아내와 아이를 위한 ‘테마파크’ 단독주택, 휴식에 제격인 ‘전원 속 유리 온실 집’, 남자의 로망을 실현한 ‘아이언맨 하우스’는 집에 대한 출연진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로망도 대리만족시켰다. 꿈 속의 집이 현실에서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집과 여행, 캠핑을 접목한 새로운 ‘집방’ 예능도 있다. tvN ‘바퀴달린집’은 배우 성동일과 김희원, 여진구가 트레일러 집을 타고 전국을 누리며, 게스트와 매번 다른 장소에서 캠핑생활을 한다. 세 사람과 친분이 있는 공효진, 하지원, 이정은 등 예능에서 쉽게 보기 힘든 스타들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바퀴달린집’은 고정된 장소에 자리잡은 집, 부동산적 가치로만 평가되던 집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의미의 주거 가치관을 제시했다.
한편 tvN ‘신박한 정리’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공간을 정리해 ‘집’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일깨우는 예능프로다. 연예계 대표 미니멀 라이프 주자 신애라와 맥시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박나래, 정리 꿈나무 윤균상이 함께 출연진의 집을 청소하고, 숨겨져있던 공간을 찾아내 정리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대규모의 인테리어 공사나 이사를 가는 것 대신 단순한 집 정리로 집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배우 장현성, 윤은혜, 고주원 등의 어수선한 집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고, 그 중 방송인 오정연 편은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다. 당초 8회로 편성된 ‘신박한 정리’는 매 회차마다 화제를 모으며 호평을 받은 덕에 26일 정규편성이 확정됐다.
‘집’은 누군가의 현실과 로망을 동시에 반영한다. 앞으로 또 어떤 ‘집방’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현실을 일깨우고, 로망을 대리만족 시켜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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