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이 관련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5억원을 넘어선 것은 ‘임대차 3법’의 영향이 컸다. 8월 한 달간 무려 1,000만원 이상 가격이 뛴 것이다. 전·월세 전환율 시행 등 추가 임대차 규제로 전세 매물은 더 줄어들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을 전세대란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8월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전세가는 5억1,011만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상승 폭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그동안 월별로 볼 때 하락하거나 오르더라도 상승금액이 100만~300만원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이 통과되기 직전인 6월에서 7월의 경우 774만원이 오르더니 법 시행 후에는 1,089만원이 뛰어올랐다. 임대차 시장을 통제할 경우 보증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학계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강남 11개 구의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특히 이달 5억9,619만원을 기록해 사실상 6억원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강북 14개 구의 경우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4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달 4억1,279만원을 기록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보면 전북 지역을 제외하고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세종시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지난달 1억8,603만원에서 이달 1억9,952만원으로 2억원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KB부동산 전세 가격 전망지수는 이달 140.2로 통계가 작성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100을 넘을수록 상승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치솟는 일차적인 원인으로 6·17대책과 7·10대책으로 인한 전세 매물 감소를 꼽는다. 여기에다 지난달 31일부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집주인들이 법 시행 전 미리 4년치의 임대료 상승분을 반영해 보증금을 책정한 것도 전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전세 가격 전망지수는 이달 140.2로 통계가 작성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임대차 규제로 인해 공급은 줄고 있는 반면 수요는 유지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가 상승세도 진행 중이다.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10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강남 지역(11개구) 평균 아파트값은 11억 8,195만원으로 1년 새 16.9% 오르며 12억원에 근접했다. 강북 지역(14개구) 평균 아파트값은 7억 6,257만원으로 1년 전보다 21.5% 뛰어 강남 지역 아파트값 상승률보다 앞섰다. 전셋값 상승이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면, 매매가격 상승은 강북 지역이 주도한 셈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도 서울 강북 지역의 경우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은평구, 관악구 등 외곽지역의 경우 전용 84㎡ 기준으로 실거래가 10억원을 돌파한 단지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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