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고 극도로 많이 불안했습니다. 재감염될까 무서워 한동안 외부 출입도 안 했고요, 박현 교수님(부산 47번 환자)처럼 '브레인 포그(brain fog·뇌 안개)'가 일어날까봐 가장 두렵습니다."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두 달 가까이 병원 생활을 하다 퇴원한 뒤 조심스럽게 일상 복귀를 준비하고 있던 26살 대학생 이정환 씨. 그는 21일 서울경제썸과의 화상 통화에서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세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 코로나19 증상에 치료제 부작용까지...고통 속의 치료
자신의 이름을 건 유튜브 채널에 상세한 투병기를 업로드해 알려지기도 한 이 씨는 올해 초만 해도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지난 1월 그가 교환학생 신분으로 건너갔던 터키 이스탄불은 3월 말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었다.
이 씨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생활을 보내다 4월께 유럽발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터키에도 '봉쇄령' 소문이 돌자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검역을 받을 때도 별 증상이 없어 따로 준비된 관용차를 타고 집으로 귀가했다.
"아무 증상이 없었어서 당연히 음성인 줄 알았는데 양성이더라고요. 이후 태릉에 위치한 서울시 무증상자 센터에서 격리됐고요. 바로 다음날 점심 때부터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저녁엔 체온이 39도를 찍었습니다."
병실로 옮겨진 이 씨는 이후 사경을 헤맸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견뎌야 했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증상과 함께 당시 치료제로 복용했던 '칼레트라(에이즈 치료제)'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자신을 덮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극도의 고통을 느꼈다.
정신적인 고통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자신은 "신체적인 고통이 압도적으로 더 심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 "저승사자와 열 번 하이파이브...이후 무기력·우울과 싸워
"그를 몰아세웠던 증상은 기침과 고열, 근육통과 구토, 설사, 미각 상실 등이다. 투병 초반에는 잠을 하루에 1시간도 못잤을 정도로 힘들었다. 치료제 부작용으로 밥 먹을 때마다 구역질과 구토가 났고 물을 마시면 흡수된다는 느낌도 없이 곧장 배출됐다.
기침을 하도 했더니 목이 쉬었고 가슴 통증도 이어졌다. 이 씨는 자신의 투병기를 담은 영상에서 "저승사자와 열 번은 하이파이브한 느낌"이라고 묘사했다.
"제가 코로나를 이겨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써가지고 번아웃 상태 또는 무기력증 상태가 한 번 왔었습니다. 그래도 독서와 운동 등을 하면서 버텼지만 두번째로 난생 처음 우울감을 크게 느낀 적이 있습니다. 보통 퇴원 일시가 30일 전후라고 들었는데 저는 입원 33일차에도 검사 10번 내내 '양성'이었거든요. 그때 제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었고 퇴원할 수 있을까 무척 괴로웠습니다."
입원 57일만에 가까스로 퇴원한 이 씨는 가족과 떨어진 시골로 가 자신을 외부와 격리시켰다. 다시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서웠기도 했다. 요즘은 차츰 두려움에서 벗어나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며 일상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오는 9월 다니던 대학교에 복학한다.
◆ "'완치자'란 표현엔 동의 못해" 남은 고통 그리고...
"일상 생활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입니다. (누군가는) 폐 기능이 약화된다는 코로나19 후유증을 말하기도 했는데 저는 그런 증상은 전혀 없어요. 평소에 유산소 운동이나 폐활량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서 못느낀 것일 수 있지만 아직 폐 기능쪽 어려움을 겪진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현재 피부과를 다니며 탈모를 치료하고 있다. 입원 한 달 정도 됐을 때 머리카락이 급격히 많이 빠지기 시작했었는데, 멈출 줄 알았지만 퇴원한 뒤에도 탈모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진료받았던 감염내과에서는 코로나19 때문이라기보다 스트레스성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곤 하지만 이 씨는 코로나19의 후유증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부산 47번 환자인 박현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겸임교수가 자신의 SNS에서 호소했던 '브레인 포그'라는 후유증이다. 박 교수는 퇴원한 지 170일이 지났지만 가슴 통증과 위장 통증, 만성 피로와 더불어 머리가 멍한 상태인 '브레인 포그' 후유증에 고통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씨는 "지금처럼 멀쩡히 잘 지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후유증이 심해질까봐 걱정"이라며 "제발 별 탈 없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길고 긴 코로나19 투병 끝에 조심스럽게 일상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이정환 씨는 이번 서울경제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한 사랑제일교회 신도 등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참석자 중 국가 방역망을 뒤흔들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자.
/ 기획, 취재=권준구 인턴기자
/ 기획, 영상제작=강신우 기자 seen@sedaily.com
/강신우 se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