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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로 폐기물 처리·에너지 확보 동시에" 천재물리학자의 기발한 상상 [오색인문학]

■별들과의 대화- 외계문명의 모습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프리먼 다이슨 "적외선에서만 보이는 별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 존재할 수도"

달 전파망원경 설치땐 우주 정밀관측 가능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위키미디어




지난주,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이 일부 파손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에 등장하는 망원경이다. 1963년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의 밀림 속 움푹 파인 계곡 지형을 이용해 건설된 이 이 망원경은 지름이 305m나 된다. 다행히 일부만 파손돼 몇 개월에 걸쳐 수리를 하고 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아레시보 망원경이 유명한 것이 단지 그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1974년,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향해 우리 지구를 소개하는 메시지를 쏘아 보냈고, 그 답을 받기 위해 오랫동안 우주의 소리에 귀 기울였던 이력 때문이다. 지구 밖에도 우리와 같은 혹은 우리보다 문명을 더 많이 발전시킨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우리가 지구 밖 세상을 궁금해하듯 그들도 자신이 아닌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찾고자 애쓰지 않겠는가. 외계인을 향한 메시지 송신은 그런 ‘역지사지’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우리처럼 수학을 알고, 태양계의 행성 배열 순서를 알고, 메시지를 송·수신하는 전파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전파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어 태양계가 생성된 이래 45억 년 중 단 3분여 동안 전송된 그 메시지가 그들의 별에 닿는 순간 알아채고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지구에 최초의 생명이 출현한 것은 약 30억 년 전쯤이라고 한다. 원시 생명체가 등장한 후 30억 년간의 진화를 거친 뒤에야 ‘아레시보 메시지’를 전송할 만큼의 문명을 이룩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구 밖의 어떤 생명체가 그 메시지를 수신하고 해독해 주기를 바란다면 너무 젊은 별보다는 나이가 좀 있는 별 주변을 찾아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아레시보 메시지는 나이가 140억 년 정도 되어 보이는 M13 구상성단을 향해 전송됐다.

다이슨구 상상도/위키피디아


메시지를 보내는 데 전파가 유용하다면, 외계인의 신호를 우리가 감지하는 데에는 전파보다 적외선이 더 유용할 수도 있다. 올해 초 작고한 천재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에 의하면, 유독 적외선에서만 잘 보이는 별이 있다면 그 주위에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갖춘 외계인의 생활 터전이 있을지 모른다. 지구 문명은 태양이라는 별에서 오는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데, 문명이 발달할수록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만약 태양 주위를 태양열 전지판으로 한 바퀴 두를 수 있다면 어떨까. 한여름 무더위에 에어컨을 틀까 말까 하는 고민 같은 건 사라질 것이다. 현재 지구 인류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이 있다면 별 주위를 온통 감싸버릴 만큼의 큰 구조물, 일명 ‘다이슨 구(球)’를 건설했을지 모른다. 그러면 멀리서 볼 때 별빛은 구조물에 가려 얼룩덜룩하게 혹은 어둡게 보이고, 구조물 자체에서 나오는 적외선만 보일 뿐이다.

다이슨 구는 거대한 삶의 터전도 제공한다. 우리나라가 출산율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전 지구상의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세계 인구는 1800년대에 10억 명이었지만 올해는 78억 명. 2050년에는 100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언젠가는 행성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인구밀도가 높아질지도 모른다. 다이슨 구를 건설한 외계 문명이라면 그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다이슨 구로 이주하면 된다. 그런 방식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원이자 거대한 삶의 터전을 별 주위에 건설해 영속하는 외계 문명이 저기 하늘 어딘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디어라는 건 늘 비슷비슷하니 말이다. 다이슨 구를 블랙홀 주변에 건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거기에 살면서 문명이 만들어내는 모든 폐기물을 블랙홀에 던지는 것이다. 폐기물도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흡수해 다시 사용하는, 실로 우주급 재활용 방안까지 우리 인류는 생각해냈다.



실제로 우리보다 훨씬 월등한 외계 문명이 있다고 해도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상상해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리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결국, 외계인이란 우리 스스로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모습이요, 외계 문명을 찾는 것은 우리 문명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일이다.

달 크레이터를 이용한 전파 망원경 상상도/나사


요즘은 달의 크레이터에 전파망원경을 건설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민간 기업이 달에 착륙선을 수시로 보낼 수 있는 시대가 곧 펼쳐지므로, 필요한 자재와 장비를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달에 가져다 놓은 뒤 그곳에서 전파 망원경을 건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달에는 대기의 영향도, 인공 전파의 간섭도 없으니 관측에 유리하다. 게다가 달의 전파망원경을 지구의 다른 전파망원경과 함께 운용하면 우주를 아주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다. 어쩌면 M13 성단이나 어느 블랙홀 주위의 다이슨 구에 사는 외계인을 향해, 우리의 미래를 향해, 아레시보 메시지보다 더 길고 멋진 편지를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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