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측기 제조업체 폴루스바이오팜은 지난해 8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신청서를 냈다. 투자자·채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법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폴루스바이오팜은 서울회생법원에 ‘자율적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도 신청했다. 폴루스바이오팜은 채권자와의 합의해 지난 5월 회생 신청을 취하했고 법원도 허가했다.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기업이 스스로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ARS 시행 이후 4월까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 기업 가운데 14개 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했다. 2018년 4개, 지난해 10개 기업에 ARS가 적용됐다. 이 중 채권자와 채무자의 합의가 원활하게 이뤄져 회생 신청이 취하된 기업은 4개다.
첫 사례는 지난해 12월 ARS를 거쳐 회생 신청이 취하된 의류 유통업체 티엔제이다. 티엔제이 이후 폴루스바이오팜, 골프장 레이크힐스용인CC를 운용하는 일송개발 등 3개 기업이 법원의 도움 없이 자율적으로 경영을 정상화했다.
채무자와 채권자 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법원은 회생 절차를 개시한다. 이때 채권자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기업은 ‘단기 법정관리’라고 불리는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돌입한다. 실제로 광학기계 제조업체인 동인광학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 말까지 ARS를 진행한 후 같은 해 5월 법원에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만약 채권자의 동의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면 기업은 통상적인 회생 절차에 들어간다. ‘ARS 적용 1호’ 기업인 자동차 부품 납품업체 다이나맥이 여기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아주 심각한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ARS 활용이 법원에서 회생 절차를 밟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기업회생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ARS를 제대로 활용하면 기업이 살아나는 동시에 ‘법정관리 낙인’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도 “제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ARS를 통해 회생 신청이 취하되는 것이 베스트”라고 말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용어설명> ARS=법원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잠시 미루고 채무자(기업)와 채권자가 구조조정에서 협상할 기회를 주는 제도로 지난 2018년 7월 도입됐다. ARS가 진행되는 동안 법원 결정이 보류되는 만큼 기업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협상이 타결되면 회생 신청이 취하돼 회사와 법원 모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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