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당시 급진파 지도자인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는 치솟는 우윳값을 절반으로 내리면서 이를 어기는 사람은 단두대에서 처형하기로 했다. 손해를 본 많은 목축업자들은 죽느니 사업을 포기했고, 그 결과 공급 부족으로 우윳값은 급등했다. 이에 로베스피에르 정권이 사료 가격을 강제로 내리게 하자, 많은 사료업자가 사료 생산을 중단하고 사료 가격은 다시 폭등했다. 로베스피에르의 정책은 결국 우윳값을 처음보다 10배나 뛰게 만들었다.
이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장원리에 어긋났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수백 년 전 유럽까지 갈 것도 없다. 국내에서는 시장원리에 역행한 경제정책이 양극화를 갈수록 심화시키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각종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소득주도 성장론에 기반한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기업의 경영 악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고교 평준화와 특목고 폐지 정책은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의 집값을 뛰게 해 양극화를 심화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신간 ‘균형의 시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속 가능한 경제·복지 발전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한 책이다.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저자는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복지(Welfare)와 경제(Economics)의 융합을 의미하는 웰페어노믹스(Welfarenomics)를 제시한다. 웰페어노믹스는 신자유주의의 시장경제 모델과 복지국가 모델의 장점만을 더해 지속 가능한 서구식 복지국가 모델을 구현해내겠다는 시도다. 저자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복지 혜택 확대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의 공생 정신과 시장경제의 경쟁 원리를 융합하는 웰페어노믹스야말로 복지와 성장이 양립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새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회복지의 핵심은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것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경제를 시장원리에 맡기기 위해서라도 확고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복지 전달체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기본소득제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안전망을 재설계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경제와 복지 패러다임은 효율과 형평, 혁신과 안정, 세계화와 지역화 간 균형을 찾으려는 형태를 띨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부뿐 아니라 기업, 개인의 노력도 강조하고 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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