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의 과잉총격에 항의하던 시위에 참여한 2명이 총에 맞아 사망한 가운데 총을 쏜 가해자는 17세의 백인 청소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앤티오크 경찰서는 이날 시위대를 향해 반자동 소총을 발사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17세인 카일 리튼하우스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급 고의살인 혐의로 리튼하우스를 수사 중이며, 그가 자경단 소속인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일리노이주 앤티오크는 총격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와 약 24㎞ 떨어진 지역이다.
목격자에 따르면 전날 커노샤의 심야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도중 갑작스럽게 총성이 울렸고, 자동 소총을 든 백인 남성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남성은 자신을 추격하는 시위대를 향해 다시 총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2명이 각각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다. 사망자 외에 시위 참가자 1명도 총을 맞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의 과잉총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한 뒤 위스콘신주에선 무장한 백인 자경단원들의 순찰이 강화됐다.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 속에는 총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자경단 중 용의자인 백인 청소년의 모습도 확인된다. 다만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쏜 백인 청소년도 자경단원 소속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위스콘신주에선 18세 이상 성인은 공공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총을 소지할 수 있다. NYT는 리튼하우스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총기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에 대한 강한 호감이 드러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위스콘신주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커노샤에 주 방위군 250명을 투입한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시위대에 대한 총격 사건 이후 주 방위군의 수를 500명으로 늘렸다. 에버스 주지사는 주 방위군의 추가 투입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미국 거리에서 약탈과 폭력, 그리고 무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의 팀은 방금 에버스 주지사와 전화를 끊었다”며 에버스 주지사가 연방 지원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 나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연방 법 집행관들과 주 방위군을 위스콘신 커노샤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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