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는 머리카락을 자르면 목숨을 잃는다고 믿는 노인이 있다. 80년 넘게 깎지도, 빗지도, 감지도 않은 응우옌 반 찌엔(92)의 머리털의 길이는 5m에 달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트남 남부에 있는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 사는 찌엔은 3학년에 재학 중일 때부터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당시 그는 학교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라고 지시를 받았지만 자퇴하면서 다시는 머리를 깎거나 빗거나 씻지 않기로 결심했다. 찌엔은 “신의 부름을 받았는지 머리카락을 만졌더니 하룻밤 사이에 딱딱해졌다”면서 “머리카락이 머리에 붙어서 머리 그 자체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태어날 때 받은 것들을 손대지 않고 둬야 한다면서 “머리카락을 자르면 죽게 된다고 믿고 있다”고 머리를 기르게 된 이유를 밝혔다. 찌엔은 “뭔가를 바꿀 생각이 없고 빗질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저 머리카락을 보기 좋게 기르면서 건조하고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주황색 스카프로 감쌀 뿐”이라고 말했다.
찌엔의 머리카락 관리를 돕는 다섯째 아들 루옴(62)도 머리카락과 명줄이 연결돼 있다고 믿고 있었다. 루옴은 머리카락을 끈으로 연결하려다가 숨진 남성을 본 적 있다면서 “이것들은 쉬우면서도 신비롭다”고 말했다.
찌엔은 코코넛교인 ‘두아’를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코넛교는 창시자가 코코넛만 먹으면서 생명력을 유지했다고 주장한 것에서 유래했으며 현재 베트남에서 사이비종교로 분류돼 있다. 찌엔은 세상에 아홉개의 권능과 일곱명의 신이 있다면서 주황색 터번으로 덮은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이 그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많은 남성들이 평소보다 머리를 길게 기르긴 했지만 80년 동안 다듬지 않고 살아온 찌엔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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