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비대면 예배’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일부 교회를 향해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지금까지도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고 여전히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청와대 본관에서 교회 지도자 16인과 간담회를 갖고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의 절반이 교회에서 일어났다”며 방역 협조 등 교회의 책임 있는 자세를 당부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문 대통령이 종교계 지도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류정호·문수석 공동대표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등 교회 지도자 16명이 참석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속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초청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방역에 비협조적인 교회에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특정 교회에서는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를 하면서 지금까지 그 확진자가 1,000여 명에 육박하고 그 교회 교인들이 참가한 집회로 인한 그런 확진자도 거의 300명에 달하고 있다”고 사랑제일교회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그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우리 한국의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고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문제는 집회 참가 사실이나 또는 동선을 이렇게 계속 숨기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방역 거부 행위가 도리어 교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그로 인해서 온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바로 기독교라고 생각한다”며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면 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와 그 교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종교나 신앙을 가리지 않는다”며 비대면 예배에 동참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예배나 기도가 그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겠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며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은 방역지침을 거부하는 일부 교회에 대해 “국민들에게 민망한 일”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도 “피라미드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니”라며 방역지침이 완벽히 이행되지 않는 것은 기독교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김 회장은 아울러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그와 같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을 언급하며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대면예배를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교회의 방역인증마크 도입 등을 제안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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