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설명할 예정인 가운데 정가에서는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번 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건강함을 주장하며 계속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야에서는 궤양성대장염 재발설 등이 확산하며 그가 중도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가 남은 임기를 채우더라도 이미 레임덕 국면에 진입해 그의 핵심정책인 ‘아베노믹스’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다음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며 이 회의가 끝난 후 아베 총리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논의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최근 불거진 자신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과 24일 2주 연속으로 도쿄 소재 게이오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 건강이 크게 악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의 한 간부는 25일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건강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히며 건강이상설에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총리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사실처럼 굳어지는 분위기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은 27일 발매된 9월3일호에서 아베 총리가 24일 게이오대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뒤 “(궤양성대장염을 억제하는) 약의 효과가 없어져 수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총리 주변 인물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인물은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대장염이 재발했고 게다가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17세부터 궤양성대장염을 앓았으며 1차 집권 때인 2007년 9월 이 병이 악화해 임기 중 사임한 바 있다.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건강이상설을 부인하며 남은 1년의 임기를 채운다 해도 레임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4일 기준으로 연속 임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실패 논란과 더불어 그가 치적으로 내세우던 경제 성과마저 흔들리며 탄탄한 지지의 핵심이었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도 힘을 잃고 있다. 2012년 12월 2차 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적극적인 재정확대와 양적완화를 내세워 취임 당시 달러당 80엔이었던 엔화 환율을 125엔까지 끌어올리고 실업률도 4.5%에서 2018년 2.2%까지 떨어뜨렸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4·4분기부터 역성장이 시작되더니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반영된 2·4분기에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7.8%나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1년간 지속될 경우로 산출한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7.8%에 달한다. 재팬타임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아베노믹스가 급격히 추진력을 잃고 있다”며 “아베 정권의 성장전략이 경제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8월 자체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59%에 달했다. 교도통신이 22~23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아베 내각 지지율이 36.0%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지율이 추락하고 총리의 건강악화설까지 겹치자 일본에서는 이미 ‘포스트 아베’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총리 후보로는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꼽힌다. 다만 대중적 인기에도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내 입지가 좁아 총리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총리가 당초 총리 후보로 점찍은 사람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아베 총리의 의중에 있는 사람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라고 슈칸분슌은 전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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