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본격연예 한밤’(이하 ‘한밤’)이 지난 26일 방송을 끝으로 3년 9개월 만에 종영했다.
‘본격연예 한밤’은 1995년 방송을 시작해 2016년 폐지된 ‘한밤의 TV 연예’의 뒤를 이어 그해 12월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방송인 김구라와 박선영 전 SBS 아나운서, 장예원 아나운서 등의 진행 하에 현 연예계 트렌드에 맞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표방해왔으나 결국 막을 내렸다.
이날 ‘한밤’ 마지막회에선 SBS ‘정글의 법칙’, 드라마 ‘앨리스’ 촬영 현장, 배우 윤아 인터뷰 등이 전파를 탔다. 희로애락이 담긴 미공개 영상과 명장면이 모두 공개되기도 했다. 진행을 담당했던 MC 김구라와 장예원 아나운서, 각 코너를 책임져온 큐레이터들은 종영 소감과 함께 시청자와 제작진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밤’의 폐지 여부는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지난 달 31일 SBS는 제작 환경의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취재의 한계 등을 이유로 폐지 결정을 내렸다. ‘한밤’ 후속 프로그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실제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연예계 종사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거나, 대형 행사들이 축소·취소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예능·드라마 등 분야를 막론하고 촬영을 중단하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연예계 뉴스가 주가 되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은 콘텐츠 구성 및 제작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과거엔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다양한 연예계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최적의 창구였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 현장 공개, 스타와의 길거리 인터뷰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예능에서 만나보기 힘든 스타들, 연예계 사건·사고와 관련된 비하인드 뉴스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연예 정보 프로그램만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아도 유명스타나 연예가 소식을 온라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다. 모바일에서 더 많은 채널로 연예 뉴스를 받아볼 수 있는데 굳이 한 발씩 늦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일주일씩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심층 취재라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만의 장점도 존재하지만 이것만으론 시청자들 흥미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밤’은 ‘음원사재기’ 의혹 같이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연예계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공연·프로그램의 단순 홍보 또는 가십성 소재 외에 프로그램만의 고유한 장점을 더 이상 찾기 어렵다. 유튜브와 모바일을 통해 다양한 연예 관련 콘텐츠가 범람하는 현 상황에서 연예 정보 프로그램만의 장점과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에 이는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본격연예 한밤’이 폐지되면서 이제 KBS2 ‘연중 라이브(LIVE)’만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그램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MBC ‘섹션TV연예통신’은 지난 1월에 더 일찍 폐지수순을 밟았다. 일부의 우려를 안고 지난 7월에 부활한 ‘연중 라이브’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다.
‘코로나19 여파’와 시대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한밤’의 퇴장은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전멸을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방송에서 ‘한밤’ 제작진은 “저희는 여기서 이별하지만 2막을 준비해서 돌아올 것”이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TV 연예 뉴스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들이 현실적인 2막을 들고 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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